문재인 대통령이 습근평(習近平) 주석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매화는 추위의 고통을 겪어야만 맑은 향기를 풍긴다”는 뜻의 한문 구절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을 적절히 잘 인용했다는 얘기를 어제 했다.
그런데 12일 아침 어느 TV방송에 모 대학 중문과 객원교수라는 분이 나와서 문 대통령이 이 한문 구절을 인용한 것에 대해 “지금은 때가 가을인데 봄에 피는 매화 이야기를 한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라고 운을 떼며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과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필자는 정치평론가가 아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이번 회담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 잘한 회담이었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인용한 이 한문 구절에 대해 “지금은 때가 가을인데 봄에 피는 매화 이야기를 한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라는 식의 평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매경한고발청향 구절은 철에 맞춰 하는 단순한 ‘꽃 감상’ 얘기가 아니다. 매화도 추위와 고통을 겪은 후에 더 맑은 향기를 내뿜듯 한국과 중국의 관계도 한동안 사드 문제로 인한 갈등을 겪었기 때문에 그 갈등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는다면 미래 관계는 오히려 더 돈독해질 수 있다는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한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을 “지금은 때가 가을인데 봄에 피는 매화 이야기를 한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라는 식으로 평한다면 그것은 본의를 오도하고 왜곡하는 악평이 아닐 수 없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도 비 오는 날에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주장할 셈인가? 자신과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고 해서 말의 뜻을 왜곡 해석하면서까지 비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TV방송에서 대통령의 말을 자의적으로 왜곡 해석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