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습근평(習近平) 주석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한문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아울러, 사드 문제로 인하여 한동안 불편했던 한·중 관계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의지를 은근하면서도 강하고 강하면서도 우아하게 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한문 구절은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인데 ‘발청향(發淸香)’은 생략하고 ‘매경한고(梅經寒苦)’ 네 글자만을 들어 “매화도 겨울 추위 고통을 이겨내야 꽃이 핀다”는 말을 한 것이다.
이 말의 각 글자는 ‘매화 매’, ‘지날 경’, ‘찰 한’, ‘쓸 고, 아플 고’, ‘필 발’, ‘맑을 청’, ‘향기 향’이라고 훈독하며, 앞서 언급했듯이 “매화는 추위의 고통을 겪어야만 맑은 향기를 풍긴다”는 뜻이다. 흔히 “인봉간난현기절(人逢艱難顯其節)”, 즉 “사람은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그 절개가 드러난다”는 구절과 함께 대구로 사용하는데, 더러는 “잘 정제된 금은 백 번의 단련을 겪은 후에야 용광로를 벗어난다”는 뜻의 ‘정금백련출홍로(精金百鍊出紅爐)’ 구절과 대구를 이루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설령 중국어를 못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문장을 필담으로 주고받으며 중국인들과 충분히 의사소통을 했다. 그런데 ‘한글 전용’이라는 어문 정책을 펴면서부터 이런 한문을 인용하는 대화는 거의 다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 언어의 중요한 한 축을 스스로 내팽개치는 어리석음을 범한 것이다.
소리글자인 한글은 한글대로 엄청난 장점이 있고, 뜻글자인 한자는 한자대로 매우 많은 장점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소리글자인 한글과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뜻글자인 한자를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소리글자의 장점과 뜻글자의 장점을 다 살려 쓸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중국이 세계 최고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자 교육, 더 이상 홀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