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에서 제2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3)가 오는 17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을 탈퇴한 이후 ‘기후변화 지도자’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빈자리를 채울 지도자들을 13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파리협약을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약은 다른 국가들에 이롭고 미국에는 불리한 협약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차지했던 ‘기후변화 지도자’의 역할은 점차 다른 국가들로 넘어가고 있다.
◇“기후변화 운전석에 앉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지난달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자기 고립으로 물러서는 나라”라고 비판하며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밝혔다. 정치분석가들은 중국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감축한다는 파리협약에 따라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시장을 열고 전기자동차 사용을 확대하는 등 극적으로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회의론도 존재한다. 중국은 여전히 최대 석탄 소비국이기 때문이다. 향후 개발도상국에 보다 낮은 수준의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캐나다가 돌아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캐나다는 교토의정서 탈퇴 이후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나라로 여겨졌다. 그러나 트뤼도 총리가 취임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그는 2015년 파리협약에서 “캐나다가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캐서린 맥케나 캐나다 환경장관은 “미국이 물러나려고 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지난 9월 기후변화 회의를 주최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트뤼도 총리는 천연가스 파이프 시설을 허가하며 말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캐나다의 활동가들은 트뤼도 총리가 새로운 화석연료 시설 허가를 거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협약은 유럽이 주도” ‘메르크롱(메르켈+마크롱)’=유럽 지도자의 행보도 주목된다. 파리협약은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가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큰 역할을 한 것은 유럽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합의가 도출됐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올해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심 의제로 기후변화를 올려놓아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소리를 질러도 트럼프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며 메르켈 총리나 마크롱 대통령 등 유럽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UN이 나선다”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구테헤스 사무총장도 유엔이 실행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논의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유엔 총회에서 기후변화 회의를 열고 카리브해 허리케인 발생 이후에는 기후변화와 그 영향에 대해 토론하는 특별 세션을 갖는 등 기후변화 의제를 꾸준히 다루고 있다.
◇“We’re still in(우리는 여전히 참여한다)” 파리협약 美지지자=아직 미국 내에는 파리협약 지지 세력이 남아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COP23에 참여하며 파리협약을 지지하고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미국이 그곳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라운 주지사는 “각 주 정부가 힘을 합치면 좋은 일들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업에 대한 실천 요구도 커지고 있다. 12일 유럽과 인도, 일본 등의 13개 경제 단체는 파리협약 실천에 기업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는 “파리협약은 참가국이 자체적으로 장래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고 후에 이를 달성했는지 검증하는 구조인데,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자세한 데이터를 갖는 것은 각 기업”이라며 “기업이 국가별 배출량 감축 목표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