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조우

입력 2017-11-1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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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장

최근 완성차 주변 생태계가 천지개벽(天地開闢)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커넥티드카 등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에 앞서 상용화가 본격화된 전기차는 말 그대로 전기로 구동되는 차다. 휘발유를 태워 힘을 얻는 엔진이 필요 없어진다. 전기로 모터를 돌리고 그 힘으로 차는 나아간다. 전기차에서 엔진과 관련된 수천 가지의 크고 작은 부품이 없어지는 셈이다. 대신 많은 ‘컨버터’가 필요해졌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교류’ 방식으로 공급한다. 하지만 모든 가전제품은 직류를 쓰기 때문에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광의의 ‘컨버터’가 전기차의 필수적인 부품이 됐다.

쉽게 보면 전기차는 ‘수많은 건전지를 모은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그만 건전지 수만 개를 연결해서 전기력을 일으켜 자동차 바퀴를 돌리는 이치로 작동된다.

전기차 전 세계 판매 1위인 중국의 BYD는 원래 자동차 기업이 아니었다. BYD는 아주 작은 배터리업체였다. 그런 BYD의 변신과 성공은 자동차 회사와 화학 회사의 경계를 허문 경우다.

국내 배터리 3총사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에서 전기차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는 상용화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주변 생태계는 지각변동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굴러가는 카메라의 집합체로 보면 된다. 스스로 운전을 하려면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인지 기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율주행차는 수백 개의 렌즈가 장착된다.

자율주행차의 최고 단계, 레벨5에 들어가려면 ‘판단력’이 갖춰져야 한다. 전방에 갑자기 물체가 나타났을 때를 가정해 보자. 그대로 치고 나가야 할까 아니면 정지해야 할까. 선택의 순간, 자율주행차는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자율주행차를 ‘반도체의 집합체’, ‘AI(인공지능)의 구현’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전자업체와 차업체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벤츠와 BMW 등 해외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의 전자 부품 회사와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벤츠는 배터리,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등을 생산하는 한국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등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업체들은 현대차, 그리고 삼성전자에 반도체 장비와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이기도 하다. 자동차 회사와 전자 회사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이미 하청업체들은 양쪽에 납품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업이익률 1%밖에 안 되는 반도체 사업을 20년간이나 지속하면서 치킨게임 끝에 승자로 남아 50%라는 꿈의 이익률을 달성케 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로망은 사실 자동차 산업이었다.

‘자동차 마니아’이기도 한 이건희 회장은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한다. 그리고 일본 닛산차를 본뜬 역작 ‘SM5’를 1998년 만들어낸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삼성자동차의 재정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급기야 삼성자동차는 닛산을 인수한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에 매각되지만, 삼성은 아직도 지분율 약 20%를 유지하고 있다. 상호가 ‘르노삼성자동차’로 가 변했지만, 삼성의 꿈은 유효해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은 이재용 부회장은 한때 완성차 사업 진출을 위해 ‘보이지 않는 팀’을 구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한때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지주사인 이탈리아 투자회사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였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사이 현대차는 최근 중국 등에서 고전하면서 완성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위기를 겪었다. 전 세계 주요 업체들이 너도나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현대차도 그룹 내 전자 비중을 급격하게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완성차이든, 전자 사업이든 중간 어느 지점에서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만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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