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확산하면서 전기 자동차 도입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가 생각하는 것만큼 친환경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연구를 인용해 “녹색 이미지 전기차의 보닛 아래에는 검은 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MIT의 제시카 트랜식 교수 연구팀은 부품 및 연료 조달에서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전체 수명주기를 고려하면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모델S보다 일본 자동차 업체 미쓰비시의 휘발유차 미라지가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미라지를 운행할 경우 전체 수명주기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92g인데 반해 모델S P100D는 226g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랜식 교수는 전기차가 동일한 규모의 일반 자동차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차를 세분화하는 규정이 없어 자동차 제조업체가 대형차, 더 큰 배터리를 만드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가 실시한 연구에서도 대형 전기차는 소형 휘발유 차량보다 수명주기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당국은 자동차의 크기와 상관없이, 전력 생산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전기차는 친환경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FT는 꼬집었다.
정책 입안자들은 전기차는 친환경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탄소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중국 정부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비중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내놓았다. 8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역내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탄소배출량을 2021년 대비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1대의 승용차가 1㎞를 주행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평균치를 기준으로 한다. 롤랜드 돌 이노에너지 혁신책임자는 “정부는 배기관에서 나오는 것만 측정하기 때문에 전기차는 정부 정의에 따라 배기가스를 제로(0) 방출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제조과정과 자동차의 크기, 배터리 용량,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력 생산 방법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클린교통협회의 피터 모크 유럽이사는 실제 사용량에 비해 과도한 배터리 용량에 문제가 있다면서 “냉장고에는 소비전력에 등급 체계가 있지만 전기차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당국이 전기차를 냉장고처럼 취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니코 메이한 프로스트앤설리번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무거운 차량에 과세하고 전기 및 기존 차량 모두 소형 모델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실제로 이산화탄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자동차의 크기와 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규제기관의 압력과 관계없이 친환경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BMW는 전기차 i3 생산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 차체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수력 발전을 통해 생산하며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풍력발전을 이용해 조립한다. 테슬라도 네바다주 공장에서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을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