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향했다.
지난 1월 취임 후 처음 중국을 찾는 트럼프는 방중 이틀째인 9일 시진핑 주석과 미ㆍ중 정상회담을 연다.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응, 대규모 대미 무역수지 흑자 등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던 트럼프와 지난달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마치고 집권 2기에 들어선 시 주석이 어떤 말들을 주고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직전 방중 목적에 대해 무역과 북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시 주석은 주요 관심사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원하는 점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더 나은 무역 균형과 북한 이슈에 대한 중국의 더 많은 약속을 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트럼프로부터 다시 인정받고 양국 무역을 윈-윈 관계로 구축하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장저신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트럼프는 절대 빈손으로 미국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비즈니스 딜(Deal)이나 새 무역 협정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역 문제에 있어서 중국은 일방적인 양보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장저신은 “시 주석은 지난달 당대회에서 시장개방을 계속할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합의는 호혜적인 것이 돼야 한다”며 “중국은 미국에 문화와 금융 등 시장의 일부를 개방할 준비가 됐지만 이는 윈-윈 상황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미국이 무역정책을 고쳐 기술 분야 등에서 더 많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해야 무역수지 균형이 맞춰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 장 연구원은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와 유엔 제재에 따르도록 중국이 더욱 압력을 가해줄 것을 원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인 류웨이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북한의 추가 도발 행위가 없다면 미국과 중국 모두 추가적인 행동이 필요없을 것이라는 점이 중국의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케리 브라운 중국학 교수는 “시 주석이 대만 이슈와 관련해 트럼프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다시 인정받고자 할 것”이라며 “그는 또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재차 강조하면서 미국 측이 이 문제에 너무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ㆍ중 관계에 있어서도 양국이 추구하는 점이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장저신 연구원은 “트럼프가 중국과의 더 많은 경제 협력을 얻어내고자 중국과의 관계에서 더 큰 안정성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미국 측이 양국 관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정립하기를 원한다. 류웨이둥은 “미국은 매우 실질적인 이슈를 먼저 건드리면서 점점 더 전략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한다”며 “그러나 중국은 개별 문제에 세부적으로 접근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양국 관계를 정의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 등 전략적 이슈와 무역을 너무 결부시키면 오히려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고 대중국 무역적자를 빠르게 해결할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장기적인 시각으로 무역 불균형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중국에 조바심을 느낄만한 이유는 충분한다. 미국이 향후 연간 2.0%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유지하고 중국은 6.5%를 기록한다면 2028년에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무역국으로 부상했다. 또 중국의 지난해 1인당 GDP는 실질구매력(PPP) 기준으로도 미국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그만큼 더 중국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게된다. 트럼프가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앞으로 10년이면 중국과 역전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