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에 난항을 겪던 하이투자증권이 자회사와 브랜드명까지 패키지로 DGB금융지주에 팔리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매각으로 자구계획 실행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DGB금융지주는 8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최종 매각가는 약 4500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에는 하이투자증권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은 물론 하이투자증권 브랜드 사용권까지 포함됐다. 하이투자증권 브랜드 사용권은 현대미포조선이나 지배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아닌 하이투자증권이 자체 보유하고 있다. 이에 DGB금융지주는 해당 브랜드 가치까지 인수 대금에 포함하면서 향후 사명 변경 시 ‘DGB하이투자증권’ 또는 ‘하이투자증권’으로 기존 브랜드를 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DGB금융 계열사는 DGB생명보험, DGB자산운용, DGB캐피탈 등과 같은 명칭을 사용해 왔다.
당초 7000억 원이 넘었던 하이투자증권 장부가액이 현대미포조선의 손상차손 인식으로 4500억 원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DGB금융지주가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을 재매각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당초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실사를 마무리한 8월 말 내부적으로 인수 결정을 마쳤다. 그러나 이들 자회사까지 인수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길어져 최종 결정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LS자산운용(현 DGB자산운용)을 인수해 이미 자산운용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선물의 장부가액은 306억 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은 7900만 원에 불과하다.
인수 작업은 이르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재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등 경영진이 비자금 의혹 수사를 받고 있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승인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DGB금융지주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지평 등 대형 로펌을 법률자문사로 선임해 세부적인 매각조건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 DGB금융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지주가 아닌 대구은행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매각으로 자구계획 이행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비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2018년까지 3조500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미 현대차와 KCC, 포스코 등 주식과 유휴 부동산 매각, 현대호텔, 현대로보틱스 등 비핵심 사업 정리로 목표 금액을 채웠다. 그러나 지난해 예측한 선박 발주 추세보다 수주 절벽이 더욱 심해지면서 추가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하이투자증권 매각으로 약 4500억 원이 유입됐지만 추가 자회사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독일 야케법인, 중국 타이안법인 등 비핵심 사업 정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