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3사가 잇따라 주력 제품에 브랜드를 입히면서 ‘고부가가치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중저가 중국산 제품과 차별화해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에서다.
8일 국내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고로 3사가 모두 주력 제품 브랜드화를 완료하면서 고부가가치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재가 아닌 철강재에 이름을 붙이는 마케팅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공급과잉’ 문제가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해 초까지 중국산 철강재 과다 공급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고, 결국 자국 철강업계에 대한 감산 정책을 추진하기로해 업황이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변수는 남아있다. 중국 철강업계가 구조조정을 마친 뒤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는 기술력과 함께 영업역량을 강화하는 추세다. 포스코의 대표 브랜드는 ‘기가스틸(Giga steel)’이다.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강판이다. 인장강도가 1GPa(기가파스칼) 이상인 초고강도강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가스틸은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에 비해 경제성, 경량화는 물론 높은 강도로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한 편이다. 알루미늄 부품보다 더 복잡한 형상의 제품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제철은 내진용 철강재 브랜드인 ‘에이치코어(H CORE)’를 론칭했다. 내진용 철강재인 에이치코어는 지진 충격을 흡수해 지각의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성능을 지닌 제품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내진용 H형강을 개발한 뒤 내진기능을 강화한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의무가 강화되는 등 관련 법령에 대한 대비로 풀이된다.
동국제강은 ‘럭스틸(Luxteel)’을 내세우고 있다. 럭스틸은 고급(luxury) 건축 내외장재다. 2013년에는 가전제품용 컬러강판에 ‘앱스틸’이라는 브랜드를 붙이기도 했다. 앱스틸은 가전제품을 뜻하는 ‘어플라이언스(Appliance)’와 적용을 의미하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어 2015년에는 ‘DKOIL’이라는 코일철근도 출시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품질 물량이 밀려들면서 시장 가격이 무너지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국내 철강사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