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과세당국이 내년 초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서로 떠넘기기를 하는 등 막판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종교계의 반발을 우려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가 반쪽짜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과세당국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를 앞두고 종교계의 혼란이 없도록 세부기준안을 만들어 올해 9월 7대 종교계(대한불교조계종,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개신교, 천도교, 유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원불교)에 배포했다.
세부기준안에는 매월 또는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종교단체로부터 지급받는 생활비, 사례비, 상여금 등 34개 항목이 포함됐다. 하지만 세부기준안에 대해 종교인 과세에 비교적 찬성 입장이었던 불교계마저 반발하자 과세당국은 세부기준안 대신 순수 소득에 대해 과세만 하는 것으로 일보 후퇴했다.
경제부총리로는 처음으로 김동연 부총리가 8월 30일 대한불교조계종을 시작으로 해서 지난달 26일 원불교를 끝으로 7개 종교계 지도자 예방을 마무리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다.
오히려 종교계에서는 “처음 시행되는 과세에 절차가 필요함에도 올해 7월에서야 정부와 소통이 가능했다”며 불통을 지적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 관련법은 2015년 통과됐기 때문이다.
과세당국은 일단 공을 국회에 떠넘긴 모습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국정감사에서 종교인 과세 시행 준비 상황에 대한 질의에 “기본 입장은 법에 따라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라면서도 “유예법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결정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과세당국이 세금 부과를 놓고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기재부에서는 그럴 일은 없다지만, 국회로 넘어간 종교인 과세는 최악의 경우 유예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일부 국회의원과 개신교 측은 시행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실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25명은 ‘과세 준비가 미비하다’며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올해 8월 발의한 상태다. 법안 심의가 시작되면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