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연내 KDB생명보험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접고 펀드 만기를 연장한다. 유상증자와 외부 투자유치 등 다각도의 체질개선을 통해 내년 중 ‘팔릴 만한’ 매물로 다시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2일 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은 내년 2월 만기를 앞둔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 등 두 개 펀드의 만기를 한 차례 더 연장할 계획이다. 올해 초 산업은행은 두 펀드의 만기를 1년만 연장하면서 연내 매각 의지를 드러냈으나 내년까지 기간을 더 두기로 한 것이다.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는 KDB생명 지분을 각각 60.35%와 24.70%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2009년 옛 금호생명을 인수하면서 조성한 펀드들로 산업은행이 펀드 지분 58.08%를 보유한 최대 출자자다.
최근 KDB생명은 최대 5000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위해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서(RFP)를 배포하고 산은에 유상증자를 요청했지만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산은은 KDB생명의 고강도 자구안이 선행돼야 한다며 증자 요청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증자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KDB생명이 계획 중인 후순위채 발행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산은은 KDB생명 인수 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금까지 약 1조 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금호생명을 6500억 원에 인수한 뒤 증자와 감자를 수차례 실행했고 인수 당시 KDB칸서스밸류 펀드가 국민연금에서 빌린 3000억 원의 차입금도 갚아줬다.
그러나 앞선 세 차례 매각에서 KDB생명의 평가 가치는 이보다 현저히 낮아 재매각 시에도 산은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2014년 7월 첫 매각에서 DGB금융지주가 제시한 가격은 2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해 9월 실시한 매각과 지난해 말 세번 째 매각에서도 PEF 1~2군데가 입찰에 참여하며 관심을 보였지만 모두 가격차로 유찰됐다. 이에 쉽게 투자 원금을 늘리기보단 KDB생명 자체 체질개선과 외부 투자자 유치를 우선 추진한 후 증자를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 관계자는 “사드 갈등이 완화되면서 중국 자본의 해외 투자 길이 다시 열리고 있어 내년 투자자 유치에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증자 역시 여러 조건이 맞을 경우 KDB생명 자본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은 지난해 101억 원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330억 원 적자를 봤다.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128.04%에 그쳤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넘으려면 최소한 2000억 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