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파월 시대 열린다] 新‘세계 경제 대통령’ 파월은 누구?

입력 2017-11-02 09:29 수정 2017-11-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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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학위 없는 변호사 출신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인 제롬 파월 연준 이사가 지난 달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연례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블룸버그통신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인 제롬 파월 연준 이사가 지난 달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연례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블룸버그통신

제17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내정된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는 워싱턴 정가와 월스트리트 금융가를 넘나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파월 이사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제학이 아닌 법학을 전공했다. 그는 워싱턴 D. C. 출신으로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1981~1984년까지는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조지 W.H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재무부 차관으로 관료계에 발을 디뎠다. 워싱턴에서 나온 뒤 그는 투자은행 딜런리드앤드코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에서 일했다. 파월 이사는 워싱턴 비영리 싱크탱크 조직인 ‘양당정책센터’에서 자문을 맡기도 했다. 워싱턴과 월가를 넘나들며 경험을 쌓은 셈이다.

주변 동료는 그를 ‘제이(Jay)’라고 친근하게 부른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나는 그가 화를 내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그의 정책적 성향이 성격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또 “제이는 워싱턴 관료들처럼 스스로를 치켜세우는 법이 없다”며 “그는 남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성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파월과 15년간 알고 지낸 UBS의 세스 카펜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그가 연준에 처음 나타났을 때는 거시 경제학이나 통화 정책에 잘 알지 못했다”며 “그러나 그는 가능한 한 깊이 있게 배우고자 연준의 직원, 동료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파월은 역대 두 번째로 자산이 많은 연준 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공개된 파월의 순 자산은 1970만 달러(약 219억 원)에서 5500만 달러 사이었다. 이는 역대 역준 의장 중 1934~1948년 연준 의장을 역임한 은행가 출신 마리너 에클스 이후 최대 규모다.

막대한 재산에도 파월의 동료는 그를 “지나치게 평범한 사람”이라고 묘사한다. 파월 이사는 현재 메릴랜드 주 체비 체이스 지역에 살고 있는데 집에서 연준 사무실까지 약 8마일(약 13km)을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파월 이사의 정치 성향은 공화당에 속한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친시장적인 기조를 보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 10월 초 미국 뉴욕 연설에서 그는 “규제 강화는 최선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는 그 나름의 역할이 있으나 항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파월을 강하게 지지했다. 월가 출신인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인 규제 완화를 받들었고,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파월 편을 든 것이다. 긴축론자인 존 테일러 교수와 비교해 트럼프 정부와 정책 기조가 맞다는 면도 공화당으로부터 환대를 받은 이유다.

공화당의 지지를 받는 파월은 민주당에서도 반발이 적은 인사다.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연준 이사로 지목돼 현재 연준의 규정을 설계하는 데 참여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제 보호와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하며 오바마 정부와 손발을 맞췄다.

정계에서 이견이 적은 파월 이사는 정책적으로도 온건한 비둘기파다. 2012년 연준 이사에 임명되고 나서 연준의 정책 결정에 반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파월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해당 이슈에 관해 광범위한 탐독을 하는 인물로 유명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비영리 싱크탱크 조직인 양당정책센터의 제이슨 그러밋 대표는 “파월은 항상 방대한 회의 자료를 들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회상했다.

언론들은 파월이 옐런의 발자취를 따를 지 주목하고 있다. 안전하다는 특징이 그를 발탁하게 한 만큼 그는 옐런의 그림자를 쉽게 지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단체인 ‘페드 업(Fed Up)’의 슈완 세바스챤 대표는 “파웰의 가장 강점은 옐런과 함께 일했다는 것”이라며 “그가 통화, 규제 정책에서 모두 옐런의 발자취를 따를지가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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