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올 3분기 기준으로 리딩뱅크 경쟁에서 9년 만에 신한금융그룹을 앞질렀다. 최근 몇 년 새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비(非)은행 계열사의 수익 기반을 넓혀온 결과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윤종규 회장을 중심으로 한 내부 직원들과의 불협화음은 자칫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회장, 영업 강화·지배구조 재편 잡음 = KB금융은 9월까지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어난 2조757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신한금융보다 500억 원 정도 더 많은 수치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윤 회장이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며 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정화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을 영업 위주로 재편,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과 같은 대형 금융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호(好)실에도 그룹 내부 분위기는 마냥 웃을 처지가 아니다. 20일 윤 회장의 연임을 확정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조의 극심한 반발과 함께 또 다시 ‘셀프 연임’ 논란까지 불거지며 지배구조의 허점을 드러냈다. 노조는 눈앞의 결과에만 급급했던 윤 회장의 제왕적인 독재경영을 문제삼고 있다. 영업성과 강요, 신입 행원에 대한 연봉 삭감 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윤 회장 중심의 조직 체제가 정비된 이후 일선 현장에 느끼는 직원들의 실적 압박과 업무 강도는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망에 오른 윤 회장, 리더십 위기 = 윤 회장 입장에선 각종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 내리는 상황 역시 악재로 꼽힌다. 검찰은 31일 KB금융의 옛 LIG손해보험 불법 인수 의혹 등을 제기한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현대증권 지분을 고가로 인수하고 퇴직 임원에게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해 회사에 해를 끼쳤다”며 윤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KB금융과 현대증권 주식 맞교환 과정에서 현대증권 주식을 1주당 6410원에 매각하기로 해 현대증권이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당시 KB금융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하게 된 배경에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20일 열리는 주총에서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선임과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을 배제한다’는 내용의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은행권 최초로 노조가 이사회에 진입하게 한다. 윤 회장 입장에선 사외이사 추천권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 인사권까지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윤 회장이 내부 권력다툼과 금융사고로 얼룩진 조직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그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노조의 입장에선 잘못된 경영 판단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