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본 상속·가업승계] 상속세 때문에 물려받은 회사를 팔아야 했던 상속인들

입력 2017-10-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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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태양광 회사인 OCI의 이수영 회장이 최근 타계했다. 이 회장은 OCI 지분 10.92%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지분은 이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OCI 사장에게 상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이 회장의 지분 가치를 계산하면 약 2,800억 원 정도다. 30억 원을 초과할 경우 적용되는 상속세율이 50%이므로 단순 계산하면 이 사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1,40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막대한 상속세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사장의 경우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해 상속세를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부연납 제도는 한 번에 상속세를 납부하기 어려울 경우 몇 년에 나누어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작년에 타계한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가지고 있었던 오뚜기 지분은 장남 함영준 회장이 상속했다. 이 과정에서 함 회장이 1,50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납부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바람직한 상속의 사례로 많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함 회장 역시 이와 같은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아버지가 보유했던 기업의 주식을 상속받게 될 경우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아무리 큰 기업가 집안이라 하더라도 수십, 수백억 원에 이르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에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상속받은 주식을 처분한다면 경영권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주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상속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경우에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실제 상속세 문제 때문에 아버지가 평생 일구어 온 회사를 처분하게 된 사례도 있다. ‘쓰리쎄븐(777)’은 전세계 손톱깎이 점유율 1위이고, ‘777’의 상표권을 두고 세계적 항공기 회사인 보잉사와 싸워 이기기도 한 회사로 유명하다. 쓰리쎄븐의 창업주 김형주 회장은 2008년 갑자기 타계했는데, 유족들은 상속세 150억 원을 납부해야 했다. 유족들은 상속세를 납부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중외그룹에 매각했다. 이후 유족들은 돈을 마련해 회사를 되찾아오기는 했으나 창업주가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바이오 분야 자회사는 찾아오지 못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쓰리쎄븐 유족들이 이와 같이 많은 상속세를 부담하게 된 것은 창업주가 자신의 지분을 증여하면서 상속세에 관한 대비를 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창업주인 김 회장은 2006년경부터 자신의 지분을 임직원들에게 증여했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증여자가 사망하기 전 5년 내에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금액은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김 회장의 경우 2008년경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임직원들에게 증여한 것까지 포함해 상속세가 계산됐다.

국내 최대 종자업체인 농우바이오 역시 상속세 때문에 회사를 팔아야 했던 사례로 알려져 있다. 농우바이오의 창업주인 고희선 명예회장이 2013년경 갑자기 타계했는데, 고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농우바이오 지분 45.4%에 대한 상속세로 무려 1,200억 원이 부과됐다. 상속세를 납부할 돈이 없었던 유족들은 고 명예회장의 지분뿐만 아니라 장남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7.42%까지 농협경제지주에 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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