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관련한 기밀문서 중 수백 건을 공개 보류하기로 했다.
26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관련 문서 중 2800여 건에 대해서는 즉시 공개를 승인했다. 그러나 나머지 수백 건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및 여타 연방 기관들의 건의에 따라 보류하기로 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1992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기록 수집법’은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과 관련해 500만 페이지의 모든 기록이 25년 내에 공개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6일은 ‘25년’으로 규정한 공개 마감일이다. 기록 중 90% 이상의 문서는 이미 공개됐다. 애초 이날 오후 기밀문서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는 문서 일부를 추가 검토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케네디 대통령과 관련한 문제가 내일 공개될 것”이라며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썼다.
공개가 보류된 문서는 6개월간의 검토 기간을 거친다. 검토 마감일은 내년 4월 26일이다. 미국 대통령은 기밀 문건에 담긴 내용이 정보 당국, 사법기관, 외교·안보정책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면 직권으로 기밀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밀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케네디 문서는 내년 4월 이후에도 공개되지 않는다.
이날 트럼프는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국가 안보에 잠재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국가 기관들의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국가 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치는 것보다 추가 검토 건의를 받아들이는 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미 텍사스 주 댈러스 시내에서 부인 재클린 여사와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의 총에 맞아 서거했다. 경찰에 호송된 오스왈드는 케네디가 서거하고 난 이틀 뒤 나이트클럽 소유주인 사업가 잭 루비에게 총을 맞아 사망했다.
케네디의 암살과 오스왈드가 살해된 동기 모두 불명확했으나 당시 사건을 조사한 워런위원회는 1964년 9월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라며 “배후 세력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을 냈다. 미국 내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싼 음모론은 계속 제기됐고,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밀을 해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