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이 코레일유통 부산역 2층 매장에 입점했던 ‘삼진어묵’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진어묵은 2016년 한 해 동안 코레일유통에 37억8628만원의 임대료를 납부했다.
같은 기간 삼진어묵은 151억4532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0억2847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삼진어묵은 151억 원을 벌고 6.7%에 불과한 이익을 남겼다. 반면 코레일유통은 자릿세로 전체 매출의 25%를 챙겼다.
이 같은 임대료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표한 ‘2016 글로벌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5번가의 1㎡당 임대가가 월 309만 원으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 8위를 기록한 서울 명동은 1㎡당 월 93만 원이었다. 코레일유통 부산역 2층 매장은 뉴욕 평균의 1.6배, 명동의 5.5배를 기록한 셈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코레일유통이 고정임대료가 아닌, 매출액에 따라 매장 수수료를 받는 ‘수수료매장’ 형태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진어묵이 입점한 부산역 2층의 매장은 기존에는 월 1억5000만원 이하의 매출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진어묵은 2014년 9월 계약 당시 같은 장소에서 월 2억원의 매출을 올려 25%인 월 500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코레일유통과 계약했다.
그런데 어묵에 ‘베이커리’ 판매방식을 도입한 삼진어묵이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두면서 부산역 2층 매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계약 기간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2016년 1월에는 무려 15억9801만원의 매출을 올려 임대료만 3억9950만원을 냈다.
삼진어묵 관계자는 “영업을 개시한 2014년 10월부터 종료한 2017년 5월까지 코레일유통에 납부한 수수료가 100억 원에 조금 못 미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높게 형성된 수수료로 인해 기존 입점 업체가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퇴출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현재 삼진어묵 자리는 다른 어묵업체가 입점해있다. 재계약 과정에서 코레일유통이 삼진어묵에 과도한 월 목표매출액과 수수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코레일유통은 지난해 말 삼진어묵에 12억8000만원의 목표 매출액과 25%의 수수료율을 제시했다. 코레일유통 특유의 ‘최저하한매출액’ 제도를 적용하면, 코레일유통은 삼진어묵에 최소 월 2억8800만원의 수수료를 납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적자를 예상한 삼진어묵은 입찰을 포기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을 역점 과제로 추진하면서 전국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현상을 방지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공공영역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주도하는 ‘관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영역이 과도한 임대료를 추구하기 시작하면 이 임대료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에 전가되고,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높이게 된다”면서 “공공서비스 제공과 공익성의 추구라는 공기업의 본분을 잊고 민간영역을 쥐어짜는 행태는 하루 빨리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