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 순위에서 수년 간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왕젠린 다롄완다그룹 회장을 밀어내고 의외의 인물이 왕좌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연구소는 부동산 재벌인 쉬자인(59) 헝다그룹 회장이 왕젠린과 중국 양대 IT 거물인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 등 쟁쟁한 인물들을 누르고 올해 중국 최고 부호 자리에 올랐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나 이처럼 급작스러운 중국 부호 순위 교체에 대해 석연치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헝다는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올라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쉬자인 개인 자신만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CNN머니 등 외신들은 헝다의 막대한 부채를 지적하면서 의구심을 나타냈다.
CNBC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부동산 과열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유지하면서 중국 3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의 주가는 올들어 약 500% 폭등했다. 이에 헝다 지분 70% 이상을 보유한 쉬자인 회장의 재산은 1년간 272% 폭등해 430억 달러(약 49조 원)에 이르렀다. 일부 언론은 쉬 회장에게 ‘중국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문제는 헝다와 쉬자인의 부상은 엄청난 부채를 대가로 한 것이라는 점이다. CNBC는 헝다의 총부채가 1000억 달러 이상이라며 이는 중국 2위 규모라고 지적했다. CNN머니는 헝다그룹이 올해 중소도시 부동산 가격 상승세 혜택을 톡톡히 봤지만 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현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헝다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2020년 6월까지 순부채비율을 현재의 240%에서 약 70%로 낮추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헝다는 올해도 38억 달러의 회사채를 신규 발행하는 등 빚을 쌓아가고 있어 약속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1982년 우한과학기술대를 졸업한 쉬자인은 1996년 헝다를 설립해 2009년 홍콩증시에 상장시켰다. 그는 지난 2010년 자신의 고향인 광저우의 축구클럽(광저우헝다)을 1500만 달러에 사들여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알리바바에 광저우헝다 지분 절반을 1억9200만 달러에 넘겼다.
CNBC는 그의 갑작스러운 부상의 배경으로 정치권과의 원만한 관계를 꼽았다. 왕젠린이 왕성한 해외 인수ㆍ합병(M&A)으로 자본유출을 우려하는 중국 정부를 격분시킨 것과 달리 쉬자인은 중국시장에만 초점을 맞춰 당국을 흡족하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국 최고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이다. 중국 국무원은 쉬 회장에게 ‘국가 모범 노동자’라는 칭호까지 부여했다. 쉬 회장은 올해 3월 양회에서 “공산당 핵심인 시진핑 총서기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우리는 빈곤과의 전쟁에서 확실히 이길 것으로 믿는다”는 찬사를 늘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