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양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원래 만기였던 지난 10일에 연장하고도 13일에서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통화스와프 연장을 바로 공개하지 않은 데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대회)를 앞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한국과 중국은 10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한중 통화스와프를 연장하기로 협정을 체결했다. 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일에 연장을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갱신된 내용은 현재와 동일하며 기간은 3년, 금액은 3600억 위안(약 61조794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당국은 10일 연장 사실을 즉각 밝히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연장을 향해 교섭 중”이라고만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를 강력히 반대하는 중국 지도부가 18일 시작하는 당대회를 앞두고 ‘한국에 유리하다’는 비판을 우려해 공개를 자제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직자 인사의 최종 조정을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드를 도입한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연장을 발표하면, 중국 내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이 이러한 중국의 사정을 헤아린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연장을 발표하지 않아 통화스와프가 만료됐다는 인식이 퍼지면 원화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김 부총리와 이 총재가 기자들에게 답변하며 밝힌 것”이라고 풀이했다.
우리정부는 두 사람의 발언은 “공식 발표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언제 공식 발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닛케이는 한국 정부 관계자가 “발표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려달라”고 괴로운 속마음을 드러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