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CEO들이 최근 논의되는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확대에 대해 고개를 내저었다. 반면 제도를 추진 중인 금융감독원은 모든 보험사가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보험연구원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 A생보사 대표는 기자와 만나 "마트에서 카드결제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보장성보험은 그렇다 하더라도) 저축성보험은 힘들다"며 "신용카드 납부를 확대하면 마진이 안나온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각 협회가 나서서 얘기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B생보사 대표도 보험료 카드납 결제는 "수수료 부담이 크다"며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카드사에 수수료를 2% 가량 줘야 하는데, (이 부분을 메우려면) 결국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업계, 카드업계가 서로 양보해야 할 부분이 많은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C손보사 대표 역시 "(카드납을 도입하면) 사업비를 조율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D손보사 대표는 "결국 대형사 추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료의 신용카드납 확대안은 최근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 권익제고자문위원회가 안건으로 채택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문위는 전체 보험료 납입액 중 카드납 비중이 10%를 밑돌아 소비자의 불만이 증대되고 있다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수수료 부담이 커져 결국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저축성·변액보험을 제외하고 보장성 전 상품에 카드납을 적용할 경우 9047억 원(작년 보험료 39조3364억 원 기준) 규모의 카드수수료가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업비 증가분을 보험료를 반영이 불가피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해보험업계도 협회 주관으로 대형 손보사를 모아 회의를 진행하며 현황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일부사는 카드납을 확대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100억 원 이상 늘 것이란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쟁이 확산되자 보험사들은 협회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은 "같이 노력해야할 부분"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보험사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금감원은 카드납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카드납 하려면 모든 보험사가 도입해야지 어디는 하는데 어디는 안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