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성단체도 외면한 ‘임산부의 날’

입력 2017-10-12 10:35 수정 2017-10-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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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정책사회부 기자

“‘임산부의 날’을 곧 아빠가 될 남편도 모르더라고.” “‘임산부의 날’만큼이라도 제대로 알렸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지하철 핑크석(임산부 배려석)에 앉을 수 있으려나.”

최근 임신한 친구와 직장 동료에게 ‘임산부의 날’이라고 이야기하며 안부의 메시지를 보내니 이 같은 답변들이 쏟아졌다.

정부가 임신·출산을 독려하고 임산부를 배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10월 10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지 12년이 됐지만, 여전히 국민에게 ‘임산부의 날’은 생소하다. 달력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더욱 아이러니한 건 여성의 인권과 권익 보호를 위해 각종 성명서와 논평을 내며 목소리를 높이던 시민단체와 여성단체들도 이날만큼은 조용했다. 국내 주요 여성단체 3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임산부의 날’에 대한 공지나 관련 행사를 연 데는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고자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대규모 이벤트를 준비하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오히려 기업과 병원이 주체가 돼 각종 이벤트와 캠페인을 벌이면서 ‘임산부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알리는 데 그쳤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인구절벽시대를 극복해야 한다고 여성계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목소리를 높이지만, 아직 임산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씁쓸하다. 대중교통 속 핑크석이 여전히 남성의 차지인 것을 볼 때 임신과 출산을 소중히 여기고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 수준이 낮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인식의 변화는 어떤 것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합계출산율 1.17명인 초저출산국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임신과 출산을 소중히 여기고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와 함께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의식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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