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국내에도 불어닥쳤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단순한 창업이 아니라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는 유망주로 대접받았다. ICT 강국인 한국에서 스타트업들은 기술을 발판 삼아 스마트폰(모바일) 바람을 타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으며 그 덕분에 다양한 투자와 지원이 이뤄지며 국내 IT 생태계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뒤 해외에 진출해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둔 곳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해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투자를 통해 징검다리 역할을 제공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인재 역량으로는 세계 최고로 꼽히는 국내 창업자들이 좁은 국내 시장이 아닌 넓은 해외 시장에서 경험을 쌓게 해 우리도 이른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을 칭하는 말) 기업으로 성장시켜보자는 취지에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방미 기간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대화’에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할 것”이라며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벤처 자본 및 창업 지원을 통해 기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시장 문 두드리는 ‘K-스타트업’ = 벤처기업협회는 지난달 스타트업의 북미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글로벌 액셀러레이팅(창업기업에 초기 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기업·기관) 지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협회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기업인 키가랩스앤파트너스와 원일레븐 등과 협력해 캐나다 액셀러레이터 ‘마스’와 공동으로 지원한다. 양국 스타트업에 가장 적절하게 지원될 수 있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이 북미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교육과 전문가·인적 자원 알선, 현지 고객 소개 등 해외 진출을 다각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은 지난달 서울 광화문에서 핀란드 스타트업 양성기관인 ‘스타트업 사우나’와 함께 ‘스타트업 유럽 진출 워크숍’을 개최했다. 스타트업 사우나는 북유럽 지역 창업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액셀러레이터다. 매년 전 세계 30개가량의 스타트업을 선발해 핀란드 현지에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유럽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워크숍 자리에서 캐롤리나 밀러 대표를 포함해 5명의 스타트업 사우나 관계자들은 핀란드 현지에서 교육할 국내 스타트업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유럽 벤처캐피털과 현지 파트너에게 효과적인 피칭 방법을 선보였으며 한국 스타트업이 효과적으로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과 사업 확장 및 투자유치 방법 등에 대해 강연했다.
한콘진은 뿐만 아니라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참가지원 사업인 ‘론치패드’도 운영하고 있다. 론치패드에 선발된 30개 스타트업은 해외 유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늘어나 우수 인력이 창업에 뛰어드는 창업 선순환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창업 지원 정책과 규제 완화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스타트업, 국내 시장서 경쟁 = 이와 반대로 글로벌 스타트업들은 국내 시장에 진출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코리아다. 우버코리아는 2013년 일반인 차량호출 서비스 ‘우버엑스’를 통해 한국에 첫 상륙했으며 운임의 20%가량을 수수료로 지급받는 조건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우버엑스는 국내 택시업계의 반발과 서울시의 무허가운송업을 이유로 한 고발 등에 가로막혀 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우버코리아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인 ‘우버블랙’과 음식배달 서비스 ‘우버이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우버블랙은 카카오의 ‘카카오블랙’, 우버이츠는 ‘배달의 민족’ 등의 국내 서비스가 경쟁상대다.
지난달 21일에는 출퇴근길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쉐어’도 선보였다. 우버쉐어 역시 국내 스타트업이 서비스하고 있는 출퇴근 차량 공유 서비스와 유사해 ‘럭시’, ‘풀러스’ 등 국내 기업과 정면 승부가 불가피하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에어비앤비 역시 국내에 진출한 해외 스타트업이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약 200여국 3만5000여개 도시의 숙소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호주, 유럽 등 80여개국의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국내 숙소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한국 숙소는 약 1000건 이상이며 올해 6월에는 이용자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숙박앱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글로벌 스타트업의 국내 사업 현황은 아직까지는 위협적이지 않다. K-스타트업의 인지도가 워낙 확고한데다 시장도 포화돼 있어 이미 짜인 경쟁구도를 뚫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스타트업의 국내 시장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이 워낙 탄탄하고 시장 상황도 잘 알고 있어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면서도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력과 마케팅을 쏟아부을 경우 출혈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격전지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