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듣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무서운 말일 수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수뇌부가 만나서 북한 문제만 논의한 것은 아니다. 북한뿐만 아니라 이란 문제도 논의한 자리였다. 따라서 이란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다. 즉, 이란에 대한 핵 협정 파기를 의미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폭풍 전야 언급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한 가지는 효과적일 것이다”라고 했다. 그 한 가지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전에 했던 말과 ‘한 가지’를 결합해 보면 북한에 대한 단순한 제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확률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의 피해를 우려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결하는 선에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이런 ‘결단’을 내릴 경우, 미국이 걱정해야 할 사안은 한둘이 아니다. 일단 이란 핵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걸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란 핵 협상을 “최악의 협상”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핵은 용인하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리적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그리고 일본, 대만, 한국,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은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다양한 요구를 할 수 있고, 미국은 이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결국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축소와 핵 도미노, 이란 핵 문제 등 다양한 문제와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한국의 안전을 선택하는 대신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미국의 선택지는 바로 군사적 옵션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다. 이럴 경우 한국 안전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선 핵 문제에 대한 본보기를 보여준다는 장점을 획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란 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지금보다는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또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다만 군사 행동 이후의 문제에 대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즉, 김정은 정권의 몰락 이후 상황에 중국의 의사만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약속하면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지난번 NLL 이북 공해상 영공에서 미군기 12대가 작전을 펼칠 때, 중국은 왜 이를 북한에 즉시 통보해 주지 않았는가 하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왜 대화를 통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은 빠뜨렸느냐고 묻겠지만, 이는 제외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북한 스스로는 핵과 미사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포기하면 이란처럼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미국과 세계의 눈치를 봐야 하고, 이란처럼 뒤로 뭔가 해보려다가는 본전도 못 찾고 다시금 제재를 받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핵을 포기한 이후 정권 붕괴와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리비아의 카다피를 떠올릴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 문제 해법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인정하거나 아니면 군사적 옵션밖에 없는 셈이 되는데, 과연 미국의 입장에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독자 여러분이 스스로 판단하기 바란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 직면한 것만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