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디지털 가상통화 대표 주자 비트코인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로고프 교수는 9일(현지시간) 전문가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게이트에 올린 글에서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기술인 블록체인은 번성해도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2개월간 600%, 24개월간 1600% 각각 폭등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제 금 1온스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 일부 비트코인 전도사는 앞으로 수년간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로고프 교수는 앞으로 세계 각국 정부가 어떻게 행동할지가 비트코인 가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국 정부가 탈세와 범죄를 조장하는 익명의 지불 시스템인 비트코인을 용납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들이 자체적으로 가상통화를 만들 수도 있다. 비트코인의 경쟁 상대가 될 가상통화들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보급될 가능성도 있다. 이 모든 요인이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로고프 교수는 전망했다.
현재 비트코인을 둘러싼 규제환경은 여전히 제각각인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자본유출과 탈세를 우려해 최근 자국 내 비트코인 거래를 중단시켰다. 반면 일본은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지불수단으로 인정해 핀테크 산업의 글로벌 센터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전례를 따라가고 있지만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도 중요한 가상통화로 부상하고 있다고 로고프 교수는 전했다. 이더리움의 이달 초 시가총액은 280억 달러에 달했다. 비트코인은 720억 달러였다. 리플은 90억 달러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훨씬 뒤처진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리플은 은행간의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 대부분은 비트코인에 쓰인 독창적 기술인 블록코인이 글로벌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인 사이버 보안을 위한 응용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로고프 교수는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로고프 교수는 각국 중앙은행이 자체적으로 디지털 가상통화를 만들고 나서 자신의 가상통화에 유리하도록 규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