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당주 펀드가 9월에도 빛을 발하며 4개월 연속 자금을 끌어들였다. 국내 증시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교 불안 문제 등으로 조정받고 있는 가운데 연말 배당시즌을 겨냥한 투자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배당주 펀드 내에서도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만큼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국내 배당주식형 공모펀드에는 9월 28일 기준으로 1개월간 총 1324억 원의 자금이 신규 유입됐다. 6월(811억 원)과 7월(1485억 원), 8월(1429억 원)에 이어 4개월 연속 순유입세가 지속됐다. 연초 1~5월 5개월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출된 것과 정반대의 흐름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베어링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3사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1개월간 설정액 증가폭이 가장 큰 국내 액티브 배당주 펀드 10개 중 6개가 미래에셋자산운용(3개)과 신영자산운용(3개) 펀드였다. 베어링자산운용 펀드는 2개로 집계됐다.
개별 펀드 중 1위는 이현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부문 금융공학본부장이 책임운용역을 맡고 있는 ‘미래에셋 배당프리미엄 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으로 751억 원이 신규 유입됐다. 그 뒤를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이 이끄는 ‘신영 밸류고배당 증권자투자신탁(주식)’(487억 원)과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투자본부장이 이끄는 ‘베어링 고배당 증권투자회사(주식)’(364억 원) 등이 바짝 쫓고 있다.
배당주 펀드들로 자금이 꾸준히 몰리는 데는 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배당 증대 기대감이 주효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87조 원이다. 지난해(137조 원) 대비 36%나 늘어난 규모다. 업계 추정치와 실제 실적 간 차이를 감안해도 기업들의 배당 여력이 증대됐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역시 훈풍으로 작용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2월 결산법인들의 중간배당 금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총 3조5836억 원이다. 이는 작년의 3.8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중 코스피 상장사가 3조5588억 원을 중간 배당해 전체 99%를 차지했다.
다만, 펀드 설정액 증감률과 수익률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묻지마식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 가령 설정액 증감폭 1위의 ‘미래에셋 배당프리미엄 증권자투자신탁’ 펀드는 A클래스 기준 1개월간 -0.18%의 수익률을 기록, 코스피 수익률(0.42%)을 언더퍼폼했다. 반면 코스닥 고배당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KBSTAR KQ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코스닥시장 호황에 힘입어 2.68%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창민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코스피 상장사들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정보통신(IT) 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배당주 펀드들도 각기 다른 성과를 보였다”며 “배당주 펀드라고 해서 무턱대고 투자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 구성과 향후 전망을 꼼꼼히 살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