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을 통칭 가상화폐 내지 가상통화(PIDC)라고 하지만 화폐는 아니다. 화폐라는 말을 붙인 것 자체가 마케팅 수단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차 국장은 “스마트폰을 보지 못한 10년전 사람에게 스마트폰이 PC냐 전화기냐 하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두 개 속성이 있는 것을 기존 법률로 어떻게 볼 것이냐에 관해서는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도 “법을 전공하거나 정책을 하는 사람이라면 화폐나 지급수단이라고 보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법 48조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는 한은이 발행하지 않았다는 점, 법이 인정한 법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명백히 상품으로 규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봤다. 차 국장은 “각국이 통화로 규정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가) 전 세계 국경을 오가며 거래되는데 한국이 명백하게 상품이다라고 선언하면 온갖 부정하거나 불법거래를 통해 비트코인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한국 거래소에서 원화로 바꾼 다음 달러로 바꿔 나갈 것”이라며 “(그리되면) 한국은 비트코인을 합법적 법화나 가상통화로 바꿔줄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다만 현실적 차원에서 지급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차 국장은 “현실적으로 해외송금수단으로 쓰이는 면이 있다는 점에서 기능적으로 지급수단에 가깝지 않느냐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상화폐를 통한 불법 거래에 대해서는 단속을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각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갖고 행위규제로 나가고 있다”며 “가상통화의 법적 성격을 밝히는 것보다 가상통화라는 것을 빌미로 이뤄지는 행동들이 사기에 해당하는지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는지 유가증권 매매에 해당하는지 다단계판매에 해당하는지 등 그 행위규제를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 경찰, 검찰 등에서 단속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 한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중앙은행 가상통화(CBDC) 발행을 위한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정보통신(IT)업체 선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체 선정 후엔 한은과 거래하는 130여개 상업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지급준비금을 담보로 자금이체나 증권거래가 가능한지를 6개월간 실험할 계획이다.
앞서 2015년말부터 중앙은행들이 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해 직접 가상통화(CBDC)를 발행하는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