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신라시대 수세식 화장실터가 발견됐다.
27일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의 북동쪽 인접지역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세식 화장실터가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경주 동궁과 월지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 문무왕 14년(674년)에 세워진 동궁과 주요 관청이 있었던 곳이다. 1975년 문화재관리국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처음 조사된 곳으로, 인공 연못, 섬, 동궁 관련 건물지 일부가 발굴됐으며, 3만 여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07년 동궁과 월지 북동쪽 인접지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대형건물지군, 담장, 배수로, 우물 등 동궁 관련 시설을 꾸준히 확인하고 있으며, 2007년 이전에 출토된 것과 동일한 종류의 기와와 벽돌, 토기류 등의 유물들도 계속 출토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유구 중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수세식 화장실 유구다. 이 유구는 화장실 건물 내에 변기시설, 오물 배수시설까지 함께 발굴된 신라 왕궁의 화장실 유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화장실 유구는 초석건물지 내에 변기가 있고, 변기를 통해 나온 오물이 잘 배출돼 나갈 수 있도록 점차 기울어지게 설계된 암거(暗渠)시설까지 갖춘 복합 변기형 석조물이 있는 구조다.
변기형 석조 구조물은 양 다리를 딛고 쪼그려 앉을 수 있는 판석형 석조물과 그 밑으로 오물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타원형 구멍이 뚫린 또 다른 석조물이 조합된 형태다. 구조상 변기형 석조물을 통해 내려간 오물이 하부의 암거로 배출됐던 것으로 보인다.
동궁과 월지 화장실 유구의 특징은 통일신라 최상위 계층의 화장실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고급석재인 화강암을 가공하여 만든 변기시설과 오물 제거에 수세식 방식이 사용된 점, 변기 하부와 오물 배수시설 바닥에 타일 기능의 전돌(쪼개어 만든 벽돌)을 깔아 마감한 점 등을 미뤄볼 때 통일신라 왕궁에서 사용된 고급 화장실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변기시설만 발견되거나 화장실 유구만 확인됐을 뿐, 화장실 건물과 변기시설, 그리고 오물 배수시설이 이렇게 같이 발굴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발견된 수세식 화장실터를 통해 신라 왕실의 화장실 문화의 발달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