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성매매, 음란정보 등 '불법콘텐츠 대응에 대한 협력'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25일 "텀블러가 방심위 요청에 '미국회사'라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며 "방심위가 몇몇 음란 콘텐츠의 인터넷주소(URL)를 적시해 한국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법정보라며 한국에서 제거되거나 블록조치하도록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 회신했다"고 밝혔다.
방심위의 '불법·유해정보 통신심의 내역'을 보면 삭제 또는 차단 등 시정요구를 내린 게시물 중 '성매매·음란' 정보가 가장 많다. 2016년의 경우 전체 20만1791건 중 '성매매·음란'은 8만1898건으로 40%를 넘었다. 올해 6월까지의 통계에서도 전체 8만4872건 중 35%를 넘는 3만200건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텀블러는 2015년 9477건, 2016년 4만7480권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전체 '성매매·음란' 정보의 58%를 텀블러가 차지했고, 올해엔 비중이 더 늘어 전체의 74%가 텀블러에서 접수됐다.
이에 방심위가 2016년 8월 텀블러 측에 메일을 보내 "최근에 성적으로 노골적인 많은 동영상이 텀블러에 업로드되고 있어 텀블러는 한국에서 새로운 포르노 사이트로 오해받게 되었다"며 "불법 콘텐츠에 대한 대응에 협력을 요청한다"는 메일을 보냈지만 거절 당했다.
방통심의위는 2012년부터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스 등 포털사업자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사업자들과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은 도박, 불법 마약, 아동포르노, 성매매·음란, 장기매매, 자살 등 명백한 불법정보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심의에 앞서 사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직접 정보를 삭제하거나 사용자의 계정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불법정보 유통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5년에 이 시스템 참여 사업자는 국내의 경우 웹하드, 커뮤니티사이트 등으로 확대됐고, 해외사업자인 트위터와 구글, 페이스북까지 참여했다. 2017년 9월 기준으로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하는 인터넷사업자는 모두 39곳이다.
텀블러는 짧은 글,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SNS와 블로그의 중간 형태다. 이용자의 취향에 따라 SNS 혹은 블로그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모았다. 2013년 야후(Yahoo)가 11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인수했지만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한국에서 사업을 아예 철수했다.
방심위 측은 텀블러 본사측에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참여를 요청하려 시도했으나 거절당하면서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명길 의원은 "한국에서 불법 성매매·음란 정보의 온상으로 떠오른 텀블러가 방통심의위의 자율심의 협력 요청을 거절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텀블러는 한국에 지사는 없지만 2013년부터 한글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한국법과 실정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을 가지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도 "텀블러를 통한 성매매 및 음란 콘텐츠 유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음란콘텐츠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함과 동시에 경찰 등 관계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시정요구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제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