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먼, 로버트 드 니로 등 거물급 스타들이 모인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올 7월까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변인을 지내다가 미움을 받고 쫓겨난 숀 스파이서다.
스파이서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유명 정치풍자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의 시상식 오프닝 모놀로그 말미에 무대에 올라 청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콜베어는 멘트 중 트럼프가 자신이 진행하던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의 시청률을 걱정하던 상황을 인용해 “이 프로그램도 높은 시청률이 나오면 좋겠군요. 하지만 불행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봐주고 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 알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숀 어떻습니까?”라며 무대 한켠을 쳐다봤다. 그러자 무대 오른쪽에서 스파이서가 진짜로 뛰어나왔다. 갑자기 등장한 스파이서의 모습에 청중석은 술렁였다. 스파이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이 에미상을 지켜보는 청중이 가장 많은 시상식”이라고 답했다. 이는 그가 첫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이 역사상 최대 취임식 인파였다”고 주장한 것을 스스로 풍자한 것. 스파이서는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세계적이다”라고 말하더니 곧바로 무대를 떠났다.
지난 시즌 ‘SNL(Saturday Night Live)’은 배우 멜리사 맥카시의 스파이서 패러디로 큰 호평을 받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맥카시가 무대에 오를 것으로 여겼는데 진짜 스파이서가 등장해 놀라움은 더욱 컸다.
미국 언론들은 스파이서가 유머 감각이 있다는 데 놀랐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지가 개선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변인 시절 워낙 기자들을 적대시했기 때문이다. GQ 기자 키스 올버먼은 트위터에 “스파이서는 에미상 시상식에 등장해 우리의 일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혈안이 됐던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의 해시태그는 #Unforgivable(용서할 수 없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