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만 해도 마트에 가서 PB(자체 브랜드)상품을 사려면 남들 시선을 의식했는데, 경기 불황에 가성비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가 됐잖아요. PB상품의 질 역시 상당히 좋아졌고요. 이제는 어떤 상품이 PB로 나올까 기대를 하고 있네요.”(30대 주부 윤모 씨)
장기 불황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계가 PB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음료와 패션, 화장품 등에서 상품 종류를 늘리는 것을 비롯해 가전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등 유통가 PB상품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노브랜드 32인치(80cm) HD TV를 19만9000원에 출시했다. 기존 식품군에 한정됐던 PB 노브랜드 영역을 가전으로까지 확대한 것. 이마트는 세컨드 TV의 보편화, 1인 가구의 증가와 32인치 TV로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노브랜드 TV를 기획했다. 이마트는 TV, 에어프라이어를 포함해 20종에 이르는 노브랜드 가전을 향후 믹서, 무선청소기, 전기면도기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올해 안에 30여 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TV홈쇼핑 업계도 경쟁적으로 PB상품을 육성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주 프리미엄 패션의류 PB인 ‘라씨엔토’를 론칭했다. 숫자 100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센토(CENTO)에서 차용한 라씨엔토는 합성섬유가 섞이지 않은 캐시미어, 울, 밍크 등 최상의 소재와 차별화한 디자인, 홀가먼트 봉제 등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겠다는 철학을 담았다. 현대홈쇼핑은 라씨엔토를 계기로 TV홈쇼핑 패션과의 차별화는 물론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과 유명 의류 브랜드와도 견줄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질 방침이다.
앞서 현대홈쇼핑은 6월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PB 가전인 ‘오로타’를 론칭하고 에어쿨러를 선보이기도 했다.
TV홈쇼핑 업계 선두주자인 CJ오쇼핑은 2001년 언더웨어 ‘피델리아’로 첫 자체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지금까지 패션·리빙·식품 카테고리에서 10개의 PB를 만드는 등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PB라인을 갖추고 있다. CJ오쇼핑은 소비자 호응도가 높은 화장품 PB ’셉(SEP)’과 리빙 PB ‘오덴세’ 2개 브랜드를 홈쇼핑 채널뿐 아니라 올리브영 등 오프라인 점포로 유통망을 넓혀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해 셉과 오덴세는 각각 40억 원, 90억 원의 취급고를 기록했다.
편의점 업계의 PB상품도 두각을 나타낸다. 특히 국내 유통업계 중 편의점은 PB상품 비중이 평균 30%대를 웃도는 등 상품 카테고리 확장은 물론 가성비를 앞세운 전략으로 수익성을 도모하고 있다. BGF리테일의 ‘HEYROO’와 GS리테일의 ‘YOU US’,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 등 유통산업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눈을 돌리게 된 것이 바로 PB상품”이라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쇼핑 트렌드가 정착하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PB상품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