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궈빈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은 9일 톈진에서 열린 ‘2017 중국 자동차산업발전 국제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신에너지 차량 개발과 대기오염 완화를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기 위한 일정표를 마련 중이다”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휘발유·경유차 판매중단 추진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것이다. 신 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영국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이러한 방침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대기오염 때문이다. 중국 내 도로를 달리는 2억 대의 차량이 내뿜는 배출가스가 대기오염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에는 2005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당 탄소 배출을 60% 정도 감축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량 시장에서도 이미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LMC오토모티브는 2019년에는 중국 전기차 판매가 4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전체 전기차 판매 중 5분의 2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특히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9000달러(약 1017만원)의 보조금 지원도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키우는 요소로 손꼽힌다.
전 세계 전기차 개발 움직임에 중국도 합류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지형도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을 전기차의 미래 시장으로 인식, 대규모 투자 등 전기차 사업의 축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현지 업체인 상하이기차와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을 전기차 연구·개발(R&D) 허브로 삼고 있고, 르노-닛산 진영도 중국에서 둥펑기차와 전기차 합작 벤처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일본 혼다도 내년부터 중국에서 전기차를,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독일 폴크스바겐의 마티아스 뮐러 최고경영자(CEO)는 11일 프랑크푸르트 오토쇼에서 2030년까지 그룹 내 300개 모든 차종의 전기차 버전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탄소배출 제로 차량에 200억 유로(약 27조2070억원)를 투입하고 이와 별개로 전기차 배터리에 500억 유로를 투입한다. 특히 중국에서의 전기차 생산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같은 날 메르데세데스-벤츠 모회사 다임러도 2022년까지 전 차종의 전기차 버전 공급을 선언했다.
문제는 이같은 자동차 업체들의 움직임이 기술유출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 등 첨단기술의 국산화를 추구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자국화가 경제 개발은 물론 해외 기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속열차에서부터 터빈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의 자국 시장 진출을 대가로 기술 노하우 이전을 요구해왔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이러한 리스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기술유출 등 우려보다는 중국을 잡아야 전기차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자동차 업체 중역은 현재 중국에서 전기차 베팅을 두 배로 늘리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임러 그룹 중화권 사업부 CEO인 후버투스 트로스카는 “솔직히 기술유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서 “현재로선 중국은 가장 멋지고 매력적인 자동차 시장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해외 기업의 기술이전 요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모호해 대대적인 기술 이전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