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여자프로들은 걸어 다니는 ‘1인 기업’이다. 정상급 선수들은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상금이 20억원을 훌쩍 넘기는 것이 다반사가 되고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LPGA투어보다는 못하지만 계약금과 상금이 만만치가 않다.
박인비(29·KB금융그룹)는 상금과 스폰서 계약금, 그리고 인센티브를 포함해 연간 40억원 이상 수입을 올려 부모와 함께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이 기량만 뛰어나면 ‘움직이는 기업’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는 얘기다.
정상급 선수들은 몸값이 천정부지다. 특히 한국선수들은 메인스폰서외에도 서브스폰서가 많아 몸값이 10억원이 넘는 선수가 적지 않다. 선수들은 스폰서 계약금, 연봉, 상금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계약금을 적게 한 뒤 획득 상금에 따라 인센티브를 높게 주기도 한다. 인센티브는 선수가 시즌 중에 구단이 요구한 노르마(할당된 수치)를 달성하면 구단으로부터 받기로 약정해놓은 보너스 제도로 프로골퍼에게도 도입했다.
외국 프로골퍼들은 후원사의 협찬금을 주 수입원으로 한다. 하지만 한국 골퍼들은 후원사로부터 계약금과 연봉외에 성적에 따른 보너스를 별도로 받는다. 후원사도 용품회사에서 벗어나 한국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가전제품, 석유, 금융, 건설, 에너지기업, 제약, 화장품 등 다양하다. 여기에 후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골프단을 만들어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 김인경(29·한화)이 속한 한화그룹이 대표적이다. 특히 기업들이 외국에서 활동하는 동안 선수와 부모, 매니저, 차량지원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스폰서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메인스폰서를 받은 선수는 가장 비싼 모자와 가슴앞에 브랜드를 단다. 서브는 모자와 등뒤를 이용한다. 대학에 재학중인 선수는 학교명을 부착하기도 하는데 이는 대개 후원금을 받지 않는다. 전인지(23)가 모자정면에 브랜드가 없는 것은 아직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골퍼 몸값의 물꼬를 튼 선수는 박세리(40)다. 1997년 삼성물산과 10년에 3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계약을 했다. 그러나 5년만에 삼성그룹과 결별하면서 2002년 CJ그룹과 5년에 연간 20억원과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메머드급 계약을 했다. 박세리는 LPGA투어에서 1998년부터 1258만 달러(약 142억원)를 벌어들이며 돈방석에 앉았다.
뒤이어 현재 일본에서 활동 중인 신지애는 2009년에 미래에셋과 연간 15억원(계약금 10억원·인센티브 5억원)에 5년간 75억원에 계약한 바 있다.
사실 야구나 축구 등 다른 스포츠 선수가 연봉이나 계약금이 공개되는 것과 달리 프로 선수들의 계약금은 대부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연봉이나 계약금은 추정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입소문으로 알려져 계약금은 어느 정도 오픈된 상태다.
김효주(22·롯데)가 지난 2012년 롯데와 2년간 10억원에 계약, 연간 5억원으로 신인선수 최고가 계약금을 경신했고, 2014년 연봉 13억원에 재게약 했다. 김효주는 롯데외에 던롭코리아(스릭슨볼), 요넥스(골프클럽), 해지스골프(의류), 아시나아항공 등과 후원계약을 했다. 그러나 이도 깨졌다. 박성현(24)이 미국진출하면서 KEB·하나금융그룹과 2연간 20억원이 넘는 계약금을 받은데다 하나카드와 하나금융투자, LG전자와 서브스폰서 계약을 했다, ‘슈퍼루키’ 최혜진(18·롯데)이 프로로 전향하면서 인센티브를 포함해 연간 6억원에 2년간 계약했고, 일본의 골프웨어전문기업 온워드 가시야마와 의류게약을 했다.
박인비는 KB금융그룹과 연간 5억원의 계약금에 일본 던롭, 제주 삼다수, 파나소닉과 서브계약을 하고 있어 계약금만 연간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던롭으로부터는 계약금 외에 성적에 따른 보너스 받는데 연간 5억원 정도를 받는다. LPGA투어에서 박인비는 올 시즌 상금 75만 달러를 보태 2007년 루키시절부터 10년간 1359만 달러(약 154억원)를 획득했다.
KEB·하나금융그룹과 결별하면서 메디힐과 계약을 한 유소연(27)은 연간 5억원의 계약금외에 2012년부터 5승을 올리며 835만 달러(약 94억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기업의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위해 프로골퍼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프로골퍼들의 몸값은 더욱 고공행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