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습니다. 유리천장은 우리의 자긍심으로 뚫어야 하지만, 뒤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우리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콘퍼런스는 여성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자리로, 이러한 기운이 금융기관으로 많이 펼쳐지면 좋겠습니다. (정미향 국민은행 부산 남부지역본부장)
여성 금융인들이 한마음 한목소리로 ‘유리천장 깨기’를 다짐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금융인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한 ‘2017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콘퍼런스’가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날 행사는 그 어느 행사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이 개회사에서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오늘 가장 주장하고 싶은 것은 여성을 살리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외칠 때는 참석자들의 함성과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다.
국내 여성 금융인에 대한 유리천장 현실을 이야기할 때는 진지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진출이 여러 분야에서 눈부시게 나타나고 있지만, 경제·금융계는 아직 여성 진출이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별에 따른 고용률 격차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점점 줄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현실적인 문제 지적과 대응방안을 물어보는 질문이 이어졌다.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에 대한 조언으로 “양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정부의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면서 “부모가 공동으로 양육의 책임을 지고, 커뮤니티와 민간 부문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여성 경제활동 인구 증가 대책 질문에 “수치상으로 목표치를 정하고 단계별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길정우 이투데이 총괄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는 여성 경제인·금융인의 역할, 양성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패널 토론에는 데이비드 린(David Lynne) 도이치은행 아시아글로벌마켓 공동 대표, 안나 마스(Anna Marrs) SC은행 아세안&남아시아 지역 CEO(최고경영자),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박정림 KB금융지주 부사장, 민희경 CJ 부사장 등이 참여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콘퍼런스를 찾은 김명자 하나은행 강남 PB센터 부장은 “행사를 통해 여성이 뭔가 더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며 “여성들이 특히 금융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면이 많고, 변화의 기회들이 많으니 이를 충분히 활용하라고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백 수미나 블룸버그 마켓스페셜리스트는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무엇보다 여성을 위한 이런 콘퍼런스는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양한 캐릭터들이 조합을 잘 이뤄서 다양성을 보여주면 그 힘으로 경제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