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준대기업집단에 이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도 정부 시행령(대통령령)이 아닌 법률에서 명시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예고해 논의에 착수한다면 현재 자산 10조 원 이상인 기준에서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3월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공시 의무를 적용받는 준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애초 공정위는 이 기준을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위임해 정부 자체적인 판단으로 정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국회가 권한을 가져간 셈이다.
정무위는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이 법 시행 이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을 법률에 상향 규정하는 방안을 재논의하기로 한다”고 부칙을 달았다. 개정안만 통과되면 준대기업집단의 기준은 국회가, 대기업집단 기준은 정부가 각각 정하게 돼 정책 혼선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자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도 아예 국회에서 정할 수 있도록 포석을 깔았다.
이 기준들을 모두 법률에 명시하게 되면 정부 시행령보다 경직될 수밖에 없다. 법 개정을 위해선 여야 합의가 필요한 데다 처리에도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돼 경제 여건 변화 등에 따른 유연한 적용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에 기업규제 기준 금액 자체를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반대 의견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제기됐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의 경우 금액 기준은 대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시행령에 규정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무위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도 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하면 ‘10조 원 이상’인 기준 역시 손질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민의당 정무위 간사인 김관영 의원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7조 원 이상으로 강화해 법률에 명시토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 법안이 대안반영으로 폐기되자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직전년도 GDP(국내총생산)의 0.5% 해당 금액으로 법률에 명시하도록 법안을 새로 내기도 했다. 김 의원 측은 “2015년도 GDP 기준으로 치면 7조5000억 원 정도, 2016년도 기준으로는 8조 원 정도 자산 기업들이 포함된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