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미국 증시는 1년 중 9월 성적이 가장 부진했다. 단지 ‘○월’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팔아서는 안되는 게 당연하지만 트레이더들에게 있어서 이런 계절성 요인은 새로운 불확실 요인으로 지목된다.
증시분석업체인 스톡 트레이더스 알마낙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S&P500지수의 1950년 이후 월별 등락률은 9월이 평균 마이너스(-)0.5%로 단연 나빴다. 그 다음으로 나쁜 달이 6월, 8월 순인데, 낙폭을 보면 9월과의 차이가 워낙 크고, 장기적으로 본 월간 성적도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9월 성적이 이 정도로 나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관계자들도 이 원인에 대해선 이렇다 할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9월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대형 이벤트들이 투자자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9월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3개의 이벤트를 꼽았다.
우선, 12일 발표되는 애플 ‘아이폰’의 10주년 기념 모델이다. 애플은 지난달 31일 “우리의 장소에서 만나자”는 메시지와 함께 3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회사 로고가 박힌 초청장을 언론사와 개발자들에게 발송했다. 올해 행사는 특별히 신사옥 내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개최되는데, 애플은 이 자리에서 3종류의 아이폰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아이폰8(가칭)이 정보·기술(IT) 관련주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가 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은 워낙 주주 저변이 넓어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IT 섹터 전체의 동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S&P500지수에서 업종별 지수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IT가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1개월간은 기세가 다소 누그러졌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애플 주주에게 9월은 좋은 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쉐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애플 주가는 1980년 상장 이후 9월 평균 등락률이 -4.2%였다. 지난 10년간 애플 주식의 9월 성적은 S&P500지수 구성 종목 중 9번째로 나쁘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이벤트는 19~2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들은 이번 FOMC 후 4조 달러가 넘는 자산 규모를 축소할 뜻을 시사해왔다. 투자자 대부분이 축소 프로세스가 정연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기면 채권 트레이더들이 동요해 장기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세 번째는 미국 의회에서 재정을 둘러싼 공방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예산 승인과 법정 부채 한도 상향 심의에 할애할 시간은 거의 12일 밖에 없다. 경제 및 시장 전문가들은 막판에 가까스로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몇 가지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베스 앤 보비노는 지난달 30일에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는 연방 정부의 셧다운(정부 폐쇄)을 피하기 위해선 의회가 9월 29일까지는 부채 한도 상향에 합의해야 한다고 주문한 상태다. 베스 앤 보비노는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못하면 정부 지출이 위축되고 이로 인해 미국 경기는 다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예기치 못한 변수도 추가됐다. 북한 리스크다. 북한이 3일 낮 6차 핵실험을 기습 강행하면서 세계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향후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제재 강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동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WSJ는 희망은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장기적인 랠리가 9월 주가 동향에 순풍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P500지수는 지난달 30일 200일 이동 평균을 약 4%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LPL파이낸셜의 라이언 디트릭은 과거 9월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S&P500지수가 200일 이동 평균선을 웃돈 상태에서 그 다음달 거래를 시작한 건 14회로, 그 중 9회는 월간 등락률이 플러스(+)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