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치맥’ 대신 ‘치막’은 안될까?

입력 2017-08-3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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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은 치킨과 맥주의 합성어로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다. ‘치막’은 ‘치킨+막걸리’로 필자가 생각해 본 말이다. 치킨은 병아리가 아니고, 여러 종류의 닭튀김을 아우르는 말이 되었다. 이제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안주와 식사 대용 음식이다. 치킨에다 맥주를 곁들이면 맛이 괜찮은 데다, 한류 드라마의 덕분으로 외국인도 많이 찾는다. 지방자치단체 등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끔 대규모 치맥 파티를 열기도 한다.

맥주는 한국에서나 세계에서나 양으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다. 맥주의 역사는 고대 수메르나 이집트 시대까지 올라간다고 하지만, 현재의 맥주는 중세 이후 벨기에, 체코, 독일 등 중부 유럽에서 크게 발전했다. 맥주의 종류는 크게 상면발효 방식으로 만든 조금 탁한 에일맥주와 하면발효 방식으로 만든 맑은 라거맥주로 나뉜다. 시중에 유통되는 맥주는 제조방식과 사용 원료를 조금씩 다르게 하여 종류가 아주 많다.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 일본인이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을 보면 우리 방식의 맥주가 예전부터 있었다. 당시의 맥주는 보리를 주된 원료로 하여 전통 막걸리와 전통 청주를 빚는 것과 같이 누룩을 사용하여 만들었을 것이다.

현재의 맥주는 맥아(엿기름)와 호프, 효모와 물을 기본 원료로 만든다. 여기에 다른 곡물이나 과일 등이 첨가되기도 한다. 맥주는 맥아를 분쇄하여 물과 섞은 다음 60도 정도의 온도에서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는 당화작업을 먼저 한다. 식혜처럼 달달해진 액체를 끓인 다음 식혀 효모를 투입하여 알코올 발효를 시킨다. 이때 상온에서 발효시키면 상면발효 맥주가 되고, 낮은 온도에서 발효시키면 하면발효 맥주가 된다. 이렇게 1차로 만들어진 맥주는 탄산감을 위해 설탕을 조금 넣어 추가 발효를 시켜 이산화탄소를 생성시키거나 강제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

맥주는 당화와 알코올 발효 과정이 끓이는 것에 의해 완전 분리되기 때문에 단행복(單行複) 발효라 한다. 이에 비해 우리의 전통 막걸리와 전통 청주는 당화와 알코올 발효 과정이 한 통 속에서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병행복(竝行複) 발효라 한다. 맥주의 제조 방식인 단행복 발효는 당화와 알코올 발효가 분리되어 있어 통제가 쉽고 기계화도 용이하다. 따라서 현재의 맥주산업은 엄청난 장치 산업화·자동화돼 있다. 원료를 투입하면 기계가 맥주를 만들어 최종적으로 병이나 통에 들어가 포장까지 되어 나온다. 사람들은 중간중간 기계가 잘 작동되는지 점검만 하면 된다.

또한 맥주 원료는 거의 모두 수입산이다. 한국산 맥아나 호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경쟁력을 가질 것 같지 않다. 이러한 현실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수제 맥주도 차이가 없다. 수제 맥주 역시 사람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시중에서 팔리는 수제 맥주는 규모만 작지 독일 등으로부터 수입된 기계로 만든다. 실제는 사람 손으로 직접 만든 ‘수제’ 맥주가 아닌 것이다. 당연히 원료도 수입산이다. 맥주는 국내 대형 업체 것이든, 수제 맥주든, 수입 맥주든 국내 농업에 미치는 효과는 똑같다.

우리 술을 오래 만들고 마셔본 경험에 의하면 막걸리의 원료를 다양화하고 생맥주와 같은 유통 시스템을 갖추면 치킨과 어울리는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막걸리의 원료와 유통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야 하고, 시범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우리 쌀로 만든 막걸리와 치킨을 같이 즐길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 그러면 쌀 소비 문제가 조금은 해결되고 농촌 경제도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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