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팔방 ‘조커’ 등장…도시바 반도체 매각 또 산으로 가나

입력 2017-08-31 08:56 수정 2017-08-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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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낀 한미일 연합, 애플도 참여하는 새 인수 구조 제안…혼하이도 구글과 손잡는 등 포기하지 않아

웨스턴디지털(WD)을 축으로 한 미국·일본 연합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인수전이 또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양측이 매각 조건을 놓고 여전히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다른 경쟁자들이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반도체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는 WD 진영과 독점 협상을 진행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도시바 이사회가 WD와 사모펀드 KKR,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등 미일 연합에 독점협상권을 줄지, 우선협상대상자 전환에 그칠지가 최대 관건이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이사회에 앞서 전날 주거래 은행들을 방문해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쓰나카와 사장은 “세부 사항을 놓고 막바지 협상에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여전히 WD 진영에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는 것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각 은행도 WD 진영으로 협상 대상을 일원화하려는 도시바의 방침을 높이 평가했다.

도시바와 WD 측은 약 2조 엔(약 20조4478억 원)에 달하는 매각액과 도시바메모리의 향후 기업공개(IPO)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 일치를 봤다. 양측은 INCJ 등 일본 측이 의결권의 과반수를 갖는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WD는 인수가 가시화하면 매각 절차 중단을 요구했던 법적 조치를 취하할 방침이다.

그러나 여전히 양측은 WD가 도시바메모리 경영에 관여할지를 놓고 의견 대립을 해소하지 못했다. 최근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가 일본을 방문해 이 문제를 협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이 새 제안을 내놓으면서 판을 뒤흔들려 하고 있다. 한미일 연합은 앞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지분 참여 의사에 따른 갈등, 소송을 불사한 WD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인수가 무산됐다. 그러나 한미일 연합은 애플도 인수에 참여시키는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이런 반격을 주도한 것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다.

구체적으로 새 제안을 살펴보면 인수액은 2조 엔 수준을 유지한다. 도시바와 WD의 대립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베인캐피털과 도시바가 각각 의결권 기준으로 46.5%의 지분을 보유한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2000억 엔의 자금을 제공하며 애플은 3000억~4000억 엔에 해당하는 우선주를 취득한다. 도시바와 WD의 갈등 해소를 출자 조건으로 내건 INCJ의 참여는 일단 보류시킨다. 국제중재법원이 WD의 도시바메모리 매각 요청을 기각해 법적인 문제가 해소되면 도시바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모두 매각한다. 대신 INCJ가 50.1%, 일본정책투자은행이 11.6%의 지분을 보유해 여전히 일본 측이 경영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를 유지한다.

중국 세력이 첨단 반도체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일본 정부의 거부감에 인수전에서 밀려나 있던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구글과 제휴하는 등 인수를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놓고 각 진영이 연일 새 카드를 내놓으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배경에는 도시바의 우유부단(優柔不斷)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도시바메모리 매각 방침이 계속 흔들리면서 관계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전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WD가 이미 인수 협상 초기부터 법적 대응 등 강공책을 구사하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하게 밝혔는데도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과 우선협상에 나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에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는 대신 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주거래 은행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도시바는 결국 이달 24일 경영진 회의에서 WD와의 매각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WD와도 속시원하게 결론을 내지 못하자 한미일 연합과 혼하이 등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사실 도시바다. 도시바는 매각을 통해 2조 엔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올해 말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해 상장이 폐지되는 사태를 막겠다는 경영계획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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