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비’ 치명타에도 유가는 왜 급등하지 않을까...국제유가 급락 수수께끼

입력 2017-08-30 09:39 수정 2017-08-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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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 수요 감소와 셰일오일 붐, 비축유가 완충제 효과 발휘한 게 원인

허리케인 ‘하비’가 국제 3대 유종의 집산지 중 하나인 텍사스 주를 강타하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음에도 국제유가가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시장 원리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일어나면서 그 배경이 눈길이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3%(13센트) 하락한 배럴당 46.4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24일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10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52달러로 마감해 WTI와 브렌트유 가격 차이가 2년 만에 처음으로 5달러 이상 벌어졌다. 전날인 28일에도 WTI 가격은 2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급락했다.

허리케인 하비는 지난 27일 상륙해 미국 텍사스 주와 멕시코만 석유생산 시설을 강타했다. 하비의 영향으로 원유 공장이 폐쇄돼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는데도 WTI 가격이 되레 하락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역사적인 수준의 허리케인이 미국 운전자 규모를 급감케 해 원유 수요를 감소시키고, 원유 생산의 최대 고객인 정제소 수요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CNN머니에 따르면 하비의 영향으로 미국의 에너지 허브로 꼽히는 걸프만에 있는 정제소 10곳이 폐쇄했다. 미국 최대 석유 회사인 엑손모빌도 텍사스 주에 있는 정제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엑손모빌의 이 원유 공장은 일일 56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으며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프라이스퓨쳐스의 필 플린 선임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이번 주 정제소의 수요가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걸프만에 있는 원유 정제소들은 일일 250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데 하비의 여파로 가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그나마 가동되는 정제소도 지지부진한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텍사스 주의 휴스턴 지역과 멕시코 연안 도시인 코퍼스크리스 지역의 항만들도 폐쇄돼 정제할 원유가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CNN머니가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원유의 공급보다 수요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 더 크기 때문에 유가 하락 압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휴스턴은 하비로 인해 마비됐다. 이는 자동차에 쓰이는 휘발유, 트럭용 디젤 등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유가정보서비스의 톰 클로자 에너지 전문 애널리스트는 “다음 달 4일이 노동절인데 노동절을 앞두고 종종 허리케인이 출몰했으나 유가가 이렇게 출렁였던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하비와 같은 비상사태를 위해 막대한 양의 휘발유와 원유를 비축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원유 생산이 중단됐어도 국제유가가 떨어지지 않는 건 내륙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많아 하비의 충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규모는 지난 5월 기준 일일 920만 배럴이었다. 이는 2005년 허리케인 리타와 카트리나가 상륙했을 때의 약 2배 규모다.

원유 비축량도 충분하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 생산 업체들은 4억6300만 배럴의 원유를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비상시를 대비해 축적한 7억 배럴이 제외됐다. 그럼에도 4억6300만 배럴은 2008년 허리케인 아이크가 강타하기 직전보다 대비 61% 불어난 규모다. 동시에 2008년 허리케인 리타가 상륙했을 때보다 52% 비축량이 늘어난 것이다. 즉 미국의 셰일오일 붐과 그동안 미국이 원유 비축량을 늘려왔던 것이 허리케인 하비의 완충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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