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성장 가속화 약속에 지난해 대선 이후 폭락했던 금값이 올해 다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를 중심으로 한 워싱턴 정치 불확실성에 금값 향방을 놓고 투자자들의 전망도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12월물 가격은 지난 25일 전 거래일 대비 0.5% 상승한 온스당 1297.90달러로, 6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선물가격은 지난해 대선 이후 온스당 1100달러 선까지 후퇴하고 나서 올해 들어서는 지금까지 12% 오른 상태다.
금값이 앞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감세 정책에 베팅하고 있다. 백악관과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세제개혁안을 도출해 현재 부진한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25일 “트럼프 정부가 연말까지 의회 통과를 위해 감세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약세 전망에 따르면 금값은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올해 말까지 10% 가까이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의 불확실한 상황은 금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의회가 9월 말까지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미 부채 한도 상향 조정과 관련한 정치적 혼란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지원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중지)도 불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 의회가 지난 2011년 부채 한도 상향에 실패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처하자 당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사상 처음으로 최고등급인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이에 금값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부채 한도와 정부 셧다운 문제 이외 금값 강세론자들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금값에 호재로 보고 있다. 슈뢰더스의 제임스 루크 펀드매니저는 “베네수엘라가 혼란 직전에 있고 북한과 미국의 긴장이 커지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수개월간 일어날 사건들에 의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익스포저(Exposure·노출)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