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 상태에 빠지 주택시장 전망

입력 2017-08-28 07:00 수정 2017-09-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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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따라 침체ㆍ강세 형국이지만 전반적으로 매수ㆍ매도 눈치 치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8.2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거의 한 달이 다 돼 간다.

그동안 신문과 방송들은 정부 대책 이후 부동시장 상황을 매일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촌각을 다루 듯 기사를 내 보내서 그런지 매체마다 논조가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같은 서울이라도 투기지역이 아닌 강북권 등의 아파트 시장은 풍선효과로 인해 강세를 보인다는 기사와 다음달 2일 경전철 우이~신설선 개통 호재에도 불구하고 관련 지역의 시장 분위기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내용이 단적인 예다.

아니 지하철이 개통된다고 하는데도 주택시장이 조용하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는가.

그래서 취재를 해 봤다.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반대로 하락한 곳도 나왔다.

전철역 인근 지역 아파트 단지인데도 말이다. 층수가 낮은 곳은 내렸고 로열층은 약 보합세다.

평소 같으면 아파트 값이 뛰고 매물 품귀현상까지 벌어질 아닌가.

전철 개통 호재에도 맥을 못 춘다면 다른 곳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감정원이 조사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동향을 봐도 그렇다.

우이~신사선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권역은 동대문·성북·강북구다.

8.2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7월31일 조사에는 아파트값 상승률이 동대문구 0.17%, 성북구 0.14%, 강북구 0.16%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 그러나 정책 발표 후 첫 조사였던 8.8일에는 각각 0%, 0. 03%. 0%로 주저앉았다. 14일에는 3구 모두 0% 상승률을 나타냈고 21일에는 성북구만 0.01%로 미세한 변화가 있었고 나머지는 보합세를 보였다.

투기지역이 아닌 강북권 주택시장에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감정원 조사 내용은 평균치여서 아파트 가격이 오른 곳도 있고 내린 곳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부 오른 사례를 들어 보편적인 현상으로 포장해 보도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하면 시장의 향방을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여서 섣부른 판단은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어서다.

주택시장은 하루아침에 올랐다 내렸다할 정도로 변동 폭이 심하지 않다. 주식은 시시각각으로 시세판이 달라지지만 부동산은 말 그대로 움직임이 무겁다.

큰 이슈가 나오면 시장이 매우 바쁘게 움직이기도 하나 며칠 지나면 조용해지는 게 부동산 시장의 특성이다.

마음이 급한 사람은 싼 값에라도 팔아치우려고 하지만 그랬다고 해서 금방 임자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시장이 냉각되면 될수록 매기는 약해진다는 얘기다.

다들 앞으로의 시장 흐름에 대해서 대충 짐작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확신하기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매머드급 대책이 발표되면 처음 몇 달간은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는 듯했으나 그 후 분위기가 반전돼 더 뜨겁게 달아 오른 경우 말이다.

멀리 갈 필요없이 요 근래도 그랬다. 지난해 11.3 대책이 나온 뒤 시장 흐름은 냉각 기류에 휩싸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반전돼 가격 급등 분위기로 바뀌지 않았던가.

그래서 정부는 부랴부랴 6.19 대책을 내 놓았는데도 시장은 가열 로 치달아 결국 극약처방으로 일컬어지는 8.2 대책을 탄생케 했다.

극약처방이 나왔다고 겁낼 필요는 없다. 시장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요즘의 주택시장은 변화무쌍하다는 소리다.

왜 그렇게 됐는지 그 이유를 들라면 여럿 있으나 이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유동성이다. 돈이 시중에 너무 많이 풀렸다는 뜻이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은 금융권이 담보 대출에 목을 맨 탓도 있으나 고액 연봉자였던 대기업 임원 출신들이 주택 투자시장으로 몰려 든 점도 무시못할 부분이다. 여기다가 부자들이 주택을 증여 수단으로 활용하는 바람까지 불어 시장에는 여전히 돈이 넘쳐난다.

주택 상품이 안정적인 투자상품으로 꼽히고 있는데다 수익률 또한 높아 다들 여기에다 돈을 묻어 두려는 눈치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런 분위기까지 제어할 수는 없다. 주택시장과 맞물려 있는 경제 요소들이 너무 많아 섣불리 건드렸다간 나라 경제가 절단날 수 있어서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부동산 시장을 부추겨 돌파구를 찾았던 것도 다 이런 맥락 차원의 행위다.

향후 시장의 흐름에 대한 판단은 일단 미뤄두자.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예고에다 하반기 입주 물량 홍수 출하 등과 같은 변수가 많아 시장을 읽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마 추석이 지난 뒤에는 어느 정도 시장의 향방이 보이지 않겠냐 싶다.

지금 일부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호들갑을 떨지 말라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잘 되는 곳은 있기 마련이다.

전쟁 통에도 가격이 폭등하는 곳이 있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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