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문재인 케어가 실시되면

입력 2017-08-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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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특임교수

정부는 MRI(자기공명영상), 심장초음파 등 종전에 비급여 항목이었던 3800개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건강보험 개편안을 내놓았다. 소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의료서비스 개편 정책인데, 이 정책이 실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을 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의료보험 정책의 역사를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 의료보험제도는 사실상 제도를 실시할 경제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1977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국민소득이 1000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으므로, 국민건강을 챙길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열악한 상황이다 보니 저부담, 저보장, 저수가의 이른바 3저(低) 시스템의 원칙하에 의료보험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돈이 없다 보니 공공 의료기관을 정부가 설립하여 직접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민간 의료기관에 의료서비스를 위탁하고 그 비용을 통제하는 구조가 되었다.

낮은 의료보험수가(酬價)가 적용되는데도 민간 의료기관들은 그동안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의료보험제도가 처음 실시될 때 의료기관들은 당연히 불만이 컸지만 심하게 반발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당시 의료보험이 500인 이상의 대기업 직장인만 대상이 되었으므로, 가입자가 전 국민의 5%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89년부터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되어, 의료보험 대상자에 제한이 없어졌다. 그러자 병원들은 낮아진 의료수가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보험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급여 항목을 계속 늘려왔고, 그 결과 비급여 항목이 4000여 개에 달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또 이처럼 비급여 진료비가 커지자 환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실손(實損)의료보험 판매를 허용했다. 그 와중에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슬그머니, 그리고 꾸준히 올려 2016년 기준 20조 원이 넘는 누적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이제 정부는 이 돈을 사용하여 4000여 개에 달하는 비급여 항목을 거의 전부 보험 항목으로 적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문재인 케어가 작동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는 일종의 ‘의료서비스의 평준화’ 정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즉, 국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자랑하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이나 동네 병원이나 동일한 항목에 대해서는 동일한 의료수가가 적용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느 병원으로 가게 될까? 과거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을 실시하자, 지방의 똑똑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모두 강남 8학군으로 몰리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 결과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음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라는 의료서비스의 평준화 정책이 실시되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병원 및 아산병원 등 소위 빅4로 환자들은 더 집중될 것이고, 이들 병원의 예약은 아마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질 것이다.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경제학의 이치, 결국 세월이 지나면 강남 8학군의 집값이 폭등하듯이 정권이 교체된 몇 년 후에는 이들 빅4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비용은 현실화해 크게 오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또한 연쇄반응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이들 의료기관을 필두로 의료비용의 전국적 상승을 또 한번 불러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현재의 의료보험은 말이 보험이지, 사실상 세금이나 다름없다. 현행 의료보험체계는 유지하되, 민간 의료보험을 확대하여 개인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본연의 보험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최선책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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