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크루즈산업 육성정책이 문재인 정부 들어 자취를 감췄다. 이는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경제 보복으로 정책 탄력에 힘이 빠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무관심까지 더해져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25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가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 등의 법적 장치를 마련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크루즈 정책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해수부가 제주도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5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이 이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하지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이날 개막식에 참석하기로 했지만 지역 해양수산 단체장과 간담회를 하는 등 제주 해양수산 관련 현장방문 성격이 더 짙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주영 장관의 경우 포럼에 참석하고 기자들과 간담회까지 하면서 크루즈 정책을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해수부는 이달 30일로 예정된 새 정부의 첫 부처 업무보고에서도 크루즈 산업과 관련한 내용은 뺀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정부에서 해양 신산업과 관련해 크루즈가 해수부 업무보고의 핵심을 차지한 것과는 대비된다.
해수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크루즈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지 못하는 것은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영향이 적지 않다. 일례로 제주를 방문하는 크루즈 관광객의 90% 이상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3월 중순 이후 단 한 척도 입항하지 않고 있다.
해수부가 올해 초 업무계획에서 크루즈 관광객 유치 목표를 200만 명으로 잡았지만 올 상반기 유치 관광객이 목표치의 15.9%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73만5751명보다 41만여 명이 적은 수치다.
정부가 크루즈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웠던 국적 크루즈 선사 출범은 올해도 아무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부가 크루즈정책을 홀대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요 국정과제에서 크루즈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역대 장관들이 크루즈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역효과가 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