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문제는 과거의 익숙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에 있습니다.”
21일 SK그룹 주최로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1회 이천포럼’첫 날의 가장 큰 화두는 ‘공유경제’였다. 단순히 물건을 나눠쓰고 협업한다는 개념이 아닌 기존 가치를 뛰어넘는 네트워크 형성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심도높은 토의가 이뤄졌다.
특히 이날 SK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사회혁신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토론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토론에는 최태원 SK회장과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 김용학 연세대학교 총장,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가했다.
패널들은 사회가 빠르게 ‘초연결’ 형식으로 변화해가며 사회적 가치가 화두가 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김 총장은 네트워크 사회로의 변화를 설명하며 “우리는 수차례 반복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장기적이고 더 유익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공유 경제로 나아가는 다양한 방법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들은 모두 ‘선(善) 인프라’를 갖췄다”며 “선 인프라가 갖춰진 국가는 높은 소득 수준과 행복도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선 인프라는 개방성, 공정성이 높은 국가들이 제공하는 공유경제 시스템이다.
김 총장은 “공유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선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합의 효용’을 가르쳐야 한다”며 “사회 문제에 대학이 참여하고, 지속가능한 연구를 위해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의 효용은 개별적인 것들이 주는 효용보다 공동체가 주는 효용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유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 험난하다는 점에도 의견이 모였다. 염 총장은 “사회혁신과 공유경제에 대한 요구가 자칫 기업인들에게 도덕성을 강요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이 무조건적인 배려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개인이 희생해 ‘남’을 위해 실천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사회적 혁신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인공지능에 대한 패널 토론 역시 진행됐다. 인공지능 패널토론에는 신석민 서울대 화학과 교수와 천명우 예일대 예일칼리지 학장, 이진형 스탠포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이대열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가 참가했다.
토론에선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향후에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AI 혁신의 방향성이 강력한 인공지능을 가진 집단이 그렇지 않은 다른 집단을 지배하는 쪽으로 갈지에 대해서 역시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열 교수는 “오히려 AI는 도구일 뿐이기 때문에 어떤 집단이 AI를 도구로 써서 일을 하면 엄청난 성취를 이룰 수 있다”며 경쟁 대신 잘하는 부분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I를 통해 사람에게 직접 읽고 쓸 수 있는 기술의 가능성에 대해선 이진형 교수는 “의료용으로 읽고, 쓰고, 지우고를 다 가능하지만 실제로 공상과학 정도의 기능을 원하면 더욱 고차원적인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