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공업, 한일시멘트, 삼표그룹 등 국내 주요 상위 시멘트 업체들은 한라시멘트의 기업정보가 담긴 투자안내서(IM)를 수령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들의 이러한 결정은 재무구조 상 시멘트 회사를 추가로 사들이는 것이 어려울 뿐더러 최근 인수한 회사와의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일시멘트는 LK파트너스와 함께 올해 7월 현대시멘트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 가격은 6221억 원이다. 이후 이들은 PMI(Post-merger Integration, 인수합병 후 통합)에 주력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경영권을 보유한 쌍용양회공업과 대한시멘트를 올해 6월 합병시킨 만큼 추가 회사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는 삼표시멘트(옛 동양시멘트)를 2015년 7월에 인수했지만, 레미콘이 주력이 그룹 특성상 시멘트 사업 확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라시멘트의 인수주체는 국내 중소형 시멘트사나 이들과 손잡은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될 전망이다. 거론되는 후보는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고려시멘트, 한국시멘트 등이다. 이들 중 가장 시멘트 내수출하량이 많은 성신양회는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이 203%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성신양회는 중위권 업체인 한라시멘트 인수에 적극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성신양회를 제외하면 모두 규모가 작아 베어링PEA가 희망가에 회사를 매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라시멘트의 매각가가 상각전영업이익 배수(EV/EBITDA) 7~10배 안팎에 형성되면 매각가는 6000억~8000억 원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라시멘트 인수로 한일+현대시멘트, 쌍용양회라는 양강 체제를 넘기 어렵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이 회사를 인수할 매력이 떨어지는 배경이다. 한일+현대시멘트, 쌍용양회는 국내 시멘트 내수시장을 각각 20% 중후반 가량 차지하고 있다.
베어링PEA의 한라시멘트 매각 눈높이가 높은 배경이 새 펀드 모집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사모펀드는 국내에서 기업 경영권 재매각과 관련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수한지 1년 밖에 안 된 한라시멘트를 매물로 내놔 매각 성공 사례를 쌓으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서둘러 매각하려다 보니 인수자에 대한 충분한 탐색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