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잭슨홀 연례 경제심포지엄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다.
잭슨홀은 경제·금융에 대해 학술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이지만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장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각국 통화정책, 특히 연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로 통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만큼은 ECB의 정책 행보 시그널을 찾으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잭슨홀 미팅에 드라기 총재가 참석한다는 소식이 지난달부터 일찌감치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드라기 ‘입’에 쏠리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을 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그가 연설에 나서는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레임덕을 겪는 옐런보다 이번에 ECB 통화정책 가이던스를 언급할 것으로 전망되는 드라기 총재가 금융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신호탄 때문에 외환시장이 출렁였는데, 그 계기를 만든 것은 드라기 총재였다. 그는 지난 6월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회의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은 이제 리플레이션 신호로 바뀌었다”며 기존 신중한 모습과 달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대한 경기 낙관론을 펼쳤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하지 않은 인플레이션 상태를 말한다. 즉 물가가 하락세에서 벗어나 서서히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뒤이어 드라기는 지난달 ECB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가을께 양적완화 변화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해 오는 9월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테이퍼링 개시 시점을 언급할 것이란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유럽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제치면서 ECB의 테이퍼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이를 반영하듯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 12% 넘게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ECB가 내년 1월부터 9개월에 걸쳐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18년 말에는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드라기 총재가 이번 잭슨홀에서 어떤 발언을 하느냐에 따라 유로는 물론 달러화 가치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로화 강세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드라기 총재가 이 자리에서 테이퍼링을 언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자칫 테이퍼링 언급으로 유로화 가치가 추가로 오른다면 유로 강세가 유로존 경제 펀더멘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