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의 편지는 강제력이 없고 구속력도 없지만, 답답한 상황을 국회에 호소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었다.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공백이 메워졌다. 조 후보자 대신 새로 지명된 재판관이 지금 소장대행을 맡고 있는 김이수 재판관이다.
헌재소장 자리가 14일로 196일째 공석이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1월 31일 퇴임한 이후 역대 최장기간 공백이다. 소장 후보자로 청문회를 마친 김 재판관의 인준안이 통과되려면 국회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김 재판관은 국회에서 잊혔다. 김 재판관은 얼마 전 제헌절 행사에도 권한대행 자격으로 참석했다.
탄핵심판 이후 헌법재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사건 수는 눈에 띄게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헌재에 접수된 사건만 1350건(헌법소원 1027건)에 달한다. 2016년 한 해 동안 1951건(헌법소원 1379건)이 접수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헌재는 재판관 3명씩 3개의 지정재판부가 운영되는데, 재판관 1명 없이 사건을 심리하려면 재판관 중 누군가는 2개의 지정재판부에 참여해야 한다. 사건 수가 급증해 재판관과 연구관들의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을 해결할 뚜렷한 대책도 없다.
김 재판관은 공석 사태가 본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전 소장처럼 국회에 편지를 보내 사태 해결을 촉구할 수 없었다. 그는 인사청문회를 끝낸 뒤 인준안 통과가 요원해 보이자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헌재 직원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이유정 변호사가 8일 재판관으로 지명돼 헌재는 조만간 재판관 9인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여야는 14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8월 임시국회 일정과 정기국회 일정에 대해 논의한다. 헌재소장 인준안 역시 조속한 통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