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재진출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 5월 ‘컬러풀 벌룬(Colorful Balloon)’이라는 사진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을 타사의 이름으로 둔갑시켜 중국에 출시한 것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드러났다. 이 앱은 2014년 페이스북이 출시한 ‘모멘츠(Moments)’와 기능이 같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이 앱을 ‘영LLC(Young LLC)’라는 업체에 개발을 맡겼고, 중국 당국에는 이 업체가 페이스북과 제휴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지난 2009년 중국에서 서비스를 금지당하고 나서 끊임없이 재진출할 방법을 모색해왔다. 2014년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야 했고, 또 다른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왓츠앱도 지난달 부분적으로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시장을 뚫고자 직접 나섰다. 작년 3월 중국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베이징에서 만나 인맥 쌓기에 열을 올렸다. 또 스모그가 깔린 톈안먼 광장에서 조깅하는 모습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중국을 향한 노골적인 구애에 매달렸다.
구글은 지난 3월 말부터 중국에서 자사의 번역 앱을 중국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다. 안드로이드나 iOS를 이용하는 기기에 번역 앱을 직접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중국은 자체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이용해 구글 같은 외국 사이트가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
번역 앱 출시로 구글이 7년 만에 중국 시장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구글의 대변인은 지난 3월 “현재 기준으로 구글의 번역 앱은 중국에서 8년 이상 서비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사용자들을 위해 더 나은 번역 앱을 만들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구글의 번역 앱은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구글이 다른 앱을 중국에 선보일 때 마중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가 총 7억300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중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규모 수요를 잡고자 구글은 번역 앱을 리트머스 시험지로 사용한 셈이다.
중국은 오는 11월 8~10일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열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2기에 기용될 최고지도부를 결정한다. 당국은 당대회에 앞서 인터넷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색엔진이나 메신저 같이 당국이 민감해할 수 있는 서비스는 쉽게 제공되지 못하겠지만, 그 외의 서비스로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중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