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미치광이’가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 말이다.
북한 핵 미사일 문제로 한반도 주변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 두 미치광이가 무력 충돌도 불사한 듯 거친 말 폭탄을 주고 받으면서 세계는 그야말로 새가슴이 되어버렸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주식시장에서 투자 심리를 반영하는 지표인 변동성지수(VIX, 공포지수)는 전날보다 4.93포인트(44.4 %) 높은 16.04를 기록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투·개표일이었던 2016년 11월 8일 이후 약 9개월 만의 최고치다.
북한은 10일 미국령 괌을 향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더욱 수위가 높아진 경고 메시지를 반복하면서 사태는 진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주식 등 위험 자산을 처분하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IT주를 중심으로 랠리를 펼쳐온 미국 증시도 곤두박질쳤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0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S&P500지수는 35.81포인트 나스닥지수는 135.46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공포지수는 대부분의 기관 투자가가 자금 운용에 참고하는 S&P500지수 옵션 가격을 기반으로 산출한다. 이 공포지수가 20을 웃돌면 투자자의 불안 심리가 극도로 높아진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다우 등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올들어 줄곧 상승세가 이어져 투자 심리는 매우 고무된 상황이었다. 불과 지난달 말만 해도 한때 8.84로 사상 최저치까지 하락했었다. 북한 리스크가 지금처럼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10 이하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세계 증시에서 대부분의 종목이 뚝뚝 떨어지는 와중에도 군계일학처럼 치솟는 종목도 있다. 록히드마틴, 노스롭 그루먼, 레이시언컴퍼니 같은 미국 군수업체들이다. 특히 록히드마틴은 10일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들 3사에 보잉과 제너럴다이나믹스까지 더한 5개 종목은 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이래 계속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8회계연도 예산에서 군사비를 10%나 늘리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결국 이거였단 말인가.
트럼프와 김정은의 치킨게임은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으로밖에 해석이 안된다. 미치광이 이론이란 협상 상대방에게 자신을 미치광이로 인식시킴으로써 이를 무기 삼아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과거 리처드 닉슨 행정부가 전 세계적으로 핵 전쟁 공포를 조성해 베트남 전쟁 종결을 시도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당시 닉슨은 남베트남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북베트남을 지원하던 당시 소련을 위협할 셈으로 핵 전쟁을 일으킬 의도도 없으면서 그런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트럼프와 김정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상습적인 ‘불바다’ 협박에 ‘화염과 분노’로 응수하고, ‘괌 포위 사격’ 위협에는 ‘선제공격’ 카드까지 꺼내들 기세다. 작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는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북핵 협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로는 햄버거는커녕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주말에도 두 광인의 기싸움은 계속될까. 일주일 내내 두 미치광이의 말 전쟁을 지켜봤더니 심신이 피폐해진다.
아무튼 오늘은 ‘불금’이자 이번 주의 마지막 거래일. 주가, 오르진 못해도 더 빠지지 않는 게 어디인가.
TGIF!(Thanks God It’s Fri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