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 폭스콘으로부터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 위스콘신 남동부에 대형 공장을 짓기로 한 가운데 정작 위스콘신에서는 해당 투자로 인한 효과에 의구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위스콘신 주 의회 스캇 피츠제럴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0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나 대규모 투자를 대가로 폭스콘에 제공하기로 한 30억 달러(약 3조4300억원) 규모의 세제 관련 인센티브 패키지 승인을 표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위스콘신 주 밀워키 지역 신문인 저널센티널이 보도했다.
위스콘신 주 의회는 당초 이달 초 폭스콘 세제 혜택안을 표결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다음 주에나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저널센티널은 폭스콘 투자안이 상원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하고 있어 상원에서 거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콘 세제 혜택안은 위스콘신 주정부가 폭스콘에 향후 15년간 28억5000만 달러 현금 형태로 지원하고 건설 자재에 붙는 판매세 1억5000만 달러를 면제해주는 조건이 담겼다.
피츠제럴드 대표는 이날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를 한 시간 정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폭스콘의 투자계획안 기본요소를 하나하나 뜯어봐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피츠제럴드 대표는 “주 정부와 주민들에게 좋은 거래인지, 또 해당 거래가 궁극적으로 모두가 바라는 첨단기술 단지 조성으로 이어질지 확실히 하려고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사숙고할 시간이 예상보다 더 필요한데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과 스캇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가 세제 혜택과 폭스콘 투자 승인 시한을 9월30일로 빠듯하게 설정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직접 폭스콘이 위스콘신 주에 100억 달러를 투입해 최첨단 LCD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궈 회장은 물론 워커 주지사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이 참석했다. 폭스콘은 100억 달러를 투입해 위스콘신 남동부 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초기 30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향후 수년 안으로는 고용창출 규모는 1만3000명까지 늘어날 것이란 게 폭스콘 측의 설명이다.
피츠제럴드 대표가 폭스콘 투자계획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최근 이 지역의 초당파 기관인 입법재정국이 발간한 보고서와 무관치 않다. 입법재정국은 이번 주 보고서에서 위스콘신 납세자들이 폭스콘의 대규모 투자로 2042년까지 즉 앞으로 25년간 수혜를 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도 위스콘신에 짓기로 한 공장이 완전히 가동돼 주변 부품업체와 다른 기업들도 함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즉 위스콘신이 폭스콘에 막대한 세제혜택을 주고 투자를 유치한다고 해도 이를 통해 위스콘신이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25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위스콘신 주 실업률은 3.2%로 연방 정부가 집계하는 미국 전체 실업률(4.3%)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지역은 실업난이 아니라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공화당의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여전히 폭스콘의 투자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워커 주지사는 내년 재선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