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흑첨향(黑甛鄕)

입력 2017-08-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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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불볕더위에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더워도 너무 더우니까 사람들이 건강을 잃을까 염려하여 “더위 잘 이기라”는 인사를 자못 심각하게 한다. 정말 건강 잘 챙기고, 더위에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잘 보살피는 인정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열대야가 계속되다 보니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다. 잠을 설치면 다음 날 일과에 영향을 받게 되고 일과가 밀리다 보면 무리를 하게 되어 자칫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떤 틈을 내서라도 단잠을 잘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국어 중에 ‘흑첨(黑甛)’이라는 말이 있다. ‘검을 흑’, ‘달(sweet) 첨’이라고 훈독하는 글자이니, 직역하자면 ‘검은 달콤함’이다. 잠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달콤한 잠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처럼 아늑하고 행복한 휴식이 또 있을까?

흑첨이라는 말을 시에 처음 사용한 사람은 천하제일이라는 평을 받는 중국의 대시인이자 문장가, 학자, 서예가, 화가였던 송나라 사람 소식(蘇軾), 즉 소동파(蘇東坡)이다. 그는 ‘광주를 떠나며[發廣州]’라는 시에서 “석 잔 술을 부드럽게 배불리 마신 후, 한 베개 흑첨의 여유에 드네[三杯軟飽後 一枕黑甛餘]”라고 읊었다. 그리고 그 시구(詩句)의 말미에 스스로 “잠을 속어로 ‘흑첨(黑甛)’이라고 한다”는 주도 달았다. 당시에 이미 민간에서 속어로 사용하던 ‘흑첨’이라는 말을 사대부의 고상한 시에 과감하게 빌려 사용함으로써 더욱 멋지고 해학적인 표현을 한 것이다. 소동파의 활달한 기상과 재치를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동파 이후 사람들은 흑첨에 ‘고을 향(鄕)’을 덧붙여 ‘흑첨향(黑甛鄕)’이라는 말도 사용하였다. 이는 바로 ‘잠의 마을’, 즉 ‘꿈나라’를 이르는 말이다. 잠이 보약이다. 열대야를 이겨내려는 노력도 하고 어떤 틈을 내서라도 흑첨을 맛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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