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원희룡 “제주, 4차 산업혁명 테스트베드로 적격… 전기차, 새 역사 써”

입력 2017-08-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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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신동민 정치경제부 정치팀장, 정리=김미영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31일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제주에서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주는 전기차의 새 역사를 쓰는 등 다른 지역에선 할 수 없는 프로젝트들을 선도적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31일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제주에서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주는 전기차의 새 역사를 쓰는 등 다른 지역에선 할 수 없는 프로젝트들을 선도적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로의 국가 에너지망 전환 기조를 내세우면서 새삼 주목받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있다. 원희룡(53) 제주도지사이다.

원희룡 지사는 2030년까지 제주를 ‘탄소 없는 섬(카본프리 아일랜드)’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현실화하고자 풍력과 태양광 규모를 늘리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등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 나가고 있다.

◇ “카본프리 아일랜드 성공 자신… 전기차 역사 새로 쓰고 있다” = 원 지사는 지난달 31일 제주시에 있는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체를 통한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의 실현을 자신했다.

그는 “‘탄소 없는 섬’ 정책은 바람과 태양광이 만든 전기로 자동차가 달리고, 남은 전력은 다른 지역으로 수출도 가능케 하는 비전을 담고 있다”며 “현재 전기차는 2%, 신재생에너지는 12% 정도 대체됐다. 기술혁신 속도를 고려하면 충분히 100%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에서 처음 해상풍력이 상용화됐고, 전기차 폐배터리의 재사용센터 설립에 착수했다”며 “지능형 전기차 주차빌딩 구축, 스마트그리드 플랫폼 개발 등도 맥도날드 지점을 보급하듯이 전국에, 세계에 보급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에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탈원전은 핵융합기술 발전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과제도 함께 풀어야 하는 만큼 사회적인 합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제주를 통해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도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해온 제주도가 문재인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이른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특히 인기가 늘고 있는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제주도 일주가 가능하고, 충전 인프라도 갖춰진 제주도가 테스트베드로서 제격이라고 원 지사는 소개했다.

원 지사는 “전기차를 살 때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해 주고, 렌터카나 택시 등의 전기차 전환 지원 확대를 추진해왔다”며 “올해 6월 기준 제주도에 보급된 전기차가 7000대를 훌쩍 넘었고, 연말이면 전국 보급량의 절반가량이 제주도에 모인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를 몰아본 관광객 일부가 불편한 점을 토로하는 데 대해선 “아직은 불편한 점이 당연히 많겠지만, 그러한 불편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전기차의 역사를 새로 써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전기차와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고, 앞으로 태양광·풍력과 관련해서도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에서 해보지 못한 프로젝트들을 선도적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 “제주, 4차 산업혁명 테스트베드로 안성맞춤” = 원 지사는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 등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산업 대응에도 제주도가 테스트베드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언했다. 전기차의 예를 들어 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수단으로서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로 진화 중”이라면서 기술력 시험과 인프라 조성에 제주도가 강점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도의 규모가 작은 게 이젠 오히려 장점이 되고 있고, ‘특별자치’라는 점도 각종 규제와 기존 산업의 기득권에서 자유로워서 미래의 새로운 도전에 안성맞춤”이라며 “하다 못해 드론을 마음껏 날리려 해도 제주는 규제를 풀 수 있지만, 다른 지역이라면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드론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스마트도시와 관련된 여러 신(新)에너지, 이 안에서의 빅데이터와 정보처리 기술 등을 봤을 때 제주도는 같은 자원을 투여해서 완성도 높게 실험해볼 수 있는 딱 적당한 규모와 사회적인 여건을 갖춰 테스트베드로 최적”이라며 “다품종 소량 테스트 면에선 제주도가 적지(適地)”라고 역설했다.

원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에 대해선 “바람직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4차 산업에 대한 예산 지원을 넘어 각종 규제를 풀고 전 세계적으로 대이동 중인 기술과 자본, 인재를 우리나라에 붙들어 맬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본과 투자시장, 상품시장에서의 질서를 보다 공정하게 만들고, 새 혁신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어떻게 더 많이 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단순히 연구개발(R&D)에 관한 위원회가 아니라 규제개혁, 교육과 인재 양성, 기업 간 질서 등 경제 구조와 관련해서 좀 더 과감하고 중·장기적인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이 뭔지를 살피고 과감한 혁신에 나서길 바란다”고 정부에 제언했다.

특히 원 지사는 인재의 해외 유출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재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은 구글이나 테슬라, MS에서 다 스카우트해서 한국에선 구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키워도 다 데려간다”고 개탄했다.

그는 “투자, 기술의 매칭은 매칭할 수 있는 구조 조성과 자본시장 활성화로 해결할 수 있다. 국가가 일일이 간섭할 필요가 없다”며 “규제가 풀리고 경제주체들 간 서로 협력과 경쟁,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큰 틀의 과감한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기술 있는 사람은 자본을 만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자 전부 미국, 유럽, 중국으로 빨려간다”며 “돈과 기술, 인재가 모두 한국으로 올 수 있는, 한국에서 붙들어 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대통령 산하 위원회에서 페이퍼 작업을 한다고 될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 “헌법에 특별자치도 지위 명시하고 재정·입법권 부여해야” = 문 대통령의 또 다른 공약인 지방분권 강화에 대해서도 원 지사는 특별자치도의 수장으로서 할 말이 많았다.

그는 “내년에 개헌할 때에 특별자치도의 헌법적인 지위를 명시하고, 재정권과 입법권에 대한 과감한 권한 이양(移讓)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지사는 “다른 지역에 40% 정도의 입법 권한을 준다면, 제주도엔 60~70%를 부여해 한두 단계 더 앞서서 자치분권 실험을 선도하는 지역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중앙의 획일적인 재정 통제도 풀어야 한다. 예컨대 카지노 세금은 국가 수준보다 더 많이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세금은 면제해 주면서 제주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재정 구조를 마련할 수 있게 재정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전반적인 지방분권의 내용에 관해 제2국무회의를 통해서 대통령과 시도지사협의회 간 논의를 하고 있다”며 “제주는 더 높은 단계에서 더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원 지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임시 추가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의 타격을 오히려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중국의 사드 제재 장기화는 각오해야 한다”며 “그간 중국의 저가 단체 관광의 폐해가 워낙 컸던 만큼 이젠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목적이나 스포츠 레저, 가족이나 개인의 휴양과 요양, 교육 목적 관광 등으로 바꿔야 한다. 사드 제재로 중국의 단체 관광객이 사실상 끊어져 있는 시기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선용(善用)해 제주 관광의 질적인 전환 시기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인으로서 위기에 몰린 보수 재건의 방향도 제시했다.

원 지사는 “일자리와 부동산 문제, 아이 교육문제 등을 풀고 대다수 서민의 삶을 보장하고 희망을 품게 만들려면 보수도 확실한 자기 방안을 가져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 방향과 상당 부분 일치할 순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보수철학의 강점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공동체가 개인을 다 책임지기보단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를 존중하고, 선의의 경쟁에 의한 사회 전체의 활력을 높여 사회 시스템을 운용해 나간다는 면에서 보수철학의 강점이 있다”며 “그러한 방법론과 강점을 살린 국가 운영의 모델을 제시하고 서민 삶의 문제 해결 비전을 확실히 갖고 집권세력 내지는 진보세력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에 나설 원 지사는 “제주의 난개발을 막고, 외부 개발에 의한 도민 삶의 질 저하를 막아 제주가 가진 미래 가치를 더 빛낼 수 있게 하겠다”며 “제2공항 등 인프라를 다지고, 인재와 미래산업을 키울 수 있는 부분들도 본궤도에 올리는 것까지 2기 정부의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는…사법고시 수석합격, 3선 의원 출신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제주도가 낳은 천재’이다. 혹독한 가난에도 1982학년도 서울대 법대에 수석 입학했고, 1992년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정치에 입문한 뒤엔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원조 소장파’로서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병국 의원과 ‘남원정’으로 불렸다.

16대부터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도 나설 만큼 패기가 넘쳤으나,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스스로 4선 도전을 포기하고는 정치인으로서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2014년 당의 차출로 고향인 제주로 내려가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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