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제과업체 몬델리즈인터내셔널의 아이린 로젠펠드(64)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11월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로써 포춘이 선정하는 미국 500대 기업에서 여성 고위 임원의 숫자도 줄어들게 됐다.
몬델리즈는 2일(현지시간) 로젠펠드가 11월 CEO직에서 은퇴하고 캐나다 식품업체인 맥케인푸즈의 디르크 반 데 풋이 후임으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 로젠펠드는 CEO직을 떠나도 내년 3월까지는 이 회사의 회장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2006년부터 11년째 이 회사의 CEO직을 맡은 로젠펠드는 2012년 케첩으로 유명한 글로벌 식품기업 크래프트푸즈에서 몬델리즈를 분사시켰다. 최근 4년 동안은 40개 이상의 공장을 폐쇄하며 비용을 절감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성장률 부진에 대한 거센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 감소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 웰빙 트렌드가 확산, 건강식품에 대한 대중 수요가 커지는 반면 과자나 초콜릿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점점 밀려나게 된 것도 몬델리즈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같은 해 로젠펠드는 회사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초콜릿 제조업체 허쉬 인수에 열을 올렸지만 실패했다. 이에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와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 등이 로젠펠드가 부진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CNN머니는 로젠펠드의 사퇴로 포춘 500대 기업에서 가뜩이나 작았던 여성 CEO 클럽이 더 줄어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포춘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 중 여성 CEO는 이제 31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S&P500 구성 기업 기준으로는 여성 CEO는 27명으로 올해 1월 현재 전체 미국 기업 CEO 중 5.6%에 그친다.
로젠펠드는 그간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CEO, 인드라 누이 펩시 CEO, 지니 로메티 IBM CEO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대표 여성 CEO였다. 특유의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었던 로젠펠드는 업계에서 팬을 자처하는 임원들이 있을 정도로 신망이 두터웠다. 이 때문에 실적 부진으로 로젠펠드가 사퇴하면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의 문이 다시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여성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지만 CEO와 같은 고위 직급까지 오르는 여성은 극히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일각에서는 허쉬 인수 실패와 로젠펠드의 사퇴로 몬델리즈 자체가 매물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내년 3월 로젠펠드가 완전히 회사를 떠나기 전에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